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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주의 청사진 - 폴 데이비스

thinknew 2016. 11. 20. 16:35


과학에 가장 적대적인 종교 집단은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이다. 왜냐하면 진화론이 자연법칙으로 정립됨에 따라 유일신의 존재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진화론을 받아들임으로써 과학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긴 하지만 근본주의자들의 반과학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여기서 온건한 종교인의 태도가 애매하다. 이들은 과학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믿음도 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기대는 것이 지적설계론 아니면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비어있는 자리'이다. 지적설계론도 진작에 논파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과학이 아직까지 규명하지 못한 '빈 자리'이다. 이런 종교인들의 심리에 의도치않게 기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폴 데이비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독교인들의 바람에 기여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분명하다.
"자연에 대해 순전히 환원주의자적인 견해의 부족함을 강조하면서 나는 환원주의자의 부적절한 생각 때문에 남겨진 빈 곳들을 신비주의나 초월적 원리들에 호소하지 않고, 복잡계들의 집단적인 그리고 조직하는 성질들과 관련된 덧붙여져야 할 과학 이론들로써 메우려고 했다. 이것이 과학의 실패에 안심하고 어떤 과학적 반대 의견도 그들 자신의 반과학적 믿음들을 지지하는 기회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설계론자들이나 과학의 빈 자리를 찾아 헤매는 종교인들에 의해 인용될 여지가 농후한 결론을 맺어 놓는다.

"과학이 우주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모든 과정들을 설명할지도 모르겠으나, 존재 뒤에 숨겨진 의미가 있을 여지를 여전히 남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자는 훌륭한 물리학자이다. 저자는 과학이 환원주의에 바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환원주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지는 않다는 점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전체론(holism)과 환원론(reductionism) 사이의 치열한 논쟁은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생겨났다. 한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종합적이고 목적있는 우주가 있으며, 다른 편에는 궁극적으로 기본 입자들의 단순한 기계적 행위로 환원되거나 분석될 수 있는 엄격한 물질론적 세계가 있다."
"과학적 방법의 성공은 대부분, 서로 다른 물리계들 속에서 특정한 공통 특징들을 식별할 수 있는, 일반 법칙들을 발견하는 과학자의 능력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과학적 방법의 핵심은 실제 세계의 사건들을 수학을 이용하여 반영하거나 모형을 만드는 과학자의 능력이다."
"물리계들이 그들의 기본적 부분들로 쪼개지고 가장 낮은 수준에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찾는 과정을 환원주의라 부르는데, 그것은 과학적 생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신 작용들이 궁극적으로 뇌 속에서의 물리 과정들로 환원되고 그래서 물리학과 화학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또는 살아 있지 않은 물질의 물리학으로부터 기계적으로 유도될 수 없는 정신 세계에 적합한 또 다른 법칙들과 원리들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원주의와 전체주의가 우리의 선택을 위하여 서로 조화될 수 없는 싸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은 서로 대립되는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두 가지 상보적인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우연과 필연의 문제, 혼돈, 복잡성, 자기 조직화, 양자 역학 등에 대한 설명을 거치면서 사물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 차근차근 접근한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자크 모노(Jacques Monod)는 자연을 우연과 필연(chance and necessity)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했다."
"전통적인 접근 방법에서 우리는 복잡한 계들을 단순한 계들의 복잡화된 집단들로 취급한다. 그것은, 복잡하거나 불규칙한 계들이 원리적으로 그들의 단순한 구성원들로 분해될 수 있으며, 전체의 행동이 구성원들의 행동들로 환원된다는 믿음이다. 새로운 접근 방법은 복잡하거나 불규칙한 계들을 당연히 일차적인 것으로 다룬다. 그들은 단순히 수많은 단순한 조각들로 '쪼개질' 수 없으며 여전히 조각들의 독특한 성질들을 갖고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혼돈에 커다란 이론적 흥미를 불러일으틴 것은 미국의 물리학자 미첼 파이겐바움(Mitchell Feigenbaum)의 놀라운 발견이었다. 많은 계들이 주기 배증(period doubling)을 통하여 혼돈스런 행동에 도달한다."
"혼돈한 계들의 행동이 본질적으로 비결정론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가 복잡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 밑에 깔린 법칙들 또한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직화는 그것이 구조보다는 과정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성이다. 아메바는 조직화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이 공통된 목적의 한 부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대로, 자체 조직화는 평형계와 비평형계 모두에서 일어난다. 두 경우 모두 새 상은 더 복잡한 공간적 형태를 가진다. 그러나 강자성체와 대류방(convection cell)들에서 나타나는 구조의 형태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특별한 패턴으로 고정된, 물체의 정적 배열이다. 후자는 주변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의 계속적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동적 존재다. 이것은 과정 구조(process structure)란 이름으로 제안되어 왔다."
"프리고진은 반평형(disequilibrium)이 우주의 '질서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반평형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를 가져온다."
"생명체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는 경향은 조직화된 복잡성이 시간에 따라 증가하려 한다는 일반 법칙의 가장 뚜렷한 예다."
"양자역학은 그러므로 통계적 이론이다. 그러나 다른 통계적 이론들(예를 들어 주식 시장의 변화, 룰렛 바퀴들 같은)과는 달리 양자역학의 확률적 본질은 단지 자세한 점들에 대한 우리의 무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양자역학이 입자들의 정확한 위치, 운동 등을 예측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양자 입자가 단순히 잘 정의된 값들을 가진 물리적 속성들의 완전한 집합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자가 동시에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운동을 가진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조차 의미 없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체가 그 부분들을 합한 것보다 더 위대하지만, 또한 부분들의 존재가 거대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섞인 수준에서 전체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종교인들의 목적에 의도치 않게 기여를 할 우려가 있지만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물리학에서의 진전을 상당히 짜임새있게 서술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