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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앵무새의 정리 - 드니 게디

thinknew 2016. 11. 23. 20:33


과학은 어렵다. 과학은 복잡한 자연현상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간결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다. 당연히 수학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수학과 과학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수학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려면 자연히 이야기 형식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그 이야기도 두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수학의 응용을 이야기 식으로 서술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수학의 역사를 이야기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앵무새의 정리'는 후자에 속한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곤 하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추리 소설 형식의 이야기에 수학의 역사를 곁들여 놓은 것이어서 그 효용성에 대한 생각은 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소설은 은퇴한 수학자이자 현재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뤼슈가 아마조니아의 마나우스에 은둔한 절친이자 역시 수학자인 그로루브르로 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여러 등장 인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핵심 인물은 이 둘이다. 그 편지에는 그로루브르가 불에 타 죽기 직전에 뤼슈에게 자신이 소장했던 수학 관련 책을 모두 화물로 보냈으며, 자신이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말을 할 줄 아는 앵무새가 등장한다. 뤼슈와 그 주변의 인물들이 그로루브르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그로루브르가 증명했다는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리 소설 형식으로 서술하면서 중간중간 수학의 역사가 전개된다. 아무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읽어 보는 것이 좋겠다.

이 포스트에서는 다는 아니지만 수학에 관한 흥미로울 수 있는 내용들을 인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겠다.
"탈래스는 바로 그곳(이오니아 지방의 밀레투스)에서 620년경에 태어났다. 탈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일곱 현인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수학의 대상을 규정한 사람이기도 하다. …… 탈레스는 수보다는 주로 도형, 다시 말해 원, 직선, 삼각형 등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최초로 각을 완전한 수학적 존재로 보아 기존 기하학의 3대 요소인 길이, 넓이, 부피 등에 이어 네번째 요소로 취급했다."
"산술이란 1, 2 등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수를 연구하는 분야인 반면 대수학은 방정식을 다루는 학문 …… 산술이 그리스에서 기원전 6세기 경에 탄생한 반면, 대수학은 15세기 이후 아라비아에서 처음 시작됐다."
"히파소스 이전에는 산술평균과 기하평균, 이 두 가지 평균만이 있었다. 이후, 조화평균이라는 것이 만들어짐으로써 모두 세 가지가 존재하게 됐다."
"타렌툼의 아르키타스는 1이라는 수를 만든 발명가이다. …… 1은 양이 아닌 존재를 말하는 것이라고 그리스인들은 주장했다. 다수만이 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곧 '존재하는 것이 1이다.' 그것이 바로 필로라오스의 생각이었다. …… 1의 특이성과 이타성을 제거함으로써, 아르키타스는 다른 수처럼 1을 하나의 수로 만들었던 것이다. …… 그에게는 '1의 아버지' 이외에도 '최초의 공학자'라는 칭호가 더 붙었다. 기하학에서의 수많은 수학적 원리들을 기계 장치에 관한 연구에 응용함으로써 기술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이러한 간단한 장치를 이용해 '음정은 두 수의 비'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 그래서, 수치 비율로 화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지! 화음은 수치 비율을 소리로 만든 게야. 음계는 수이고 음악은 수학인 셈이지!"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피타고라스의 작품이 아니다. …… 사실 피타고라스보다 앞서, 이집트, 특히 바빌로니아에서,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정확히 지적했던 바 있는 정수 '세 쌍'들 간에 어떤 탄력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서판의 내용은 피타고라스가 태어나기 1,000 년하고도 훨씬 전에 새겨진 것이다. 거기에 기록된 모임들 가운데 하나가 45, 60, 75 인데 이것은 3, 4, 5 쌍 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이자 박물관의 연구생이던 에라토스테네스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바로 정다면체는 다섯 가지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수학의 본질은 자유' …… '집합론'의 아버지, 게오르크 칸토어가 한 말"
"브라마굽타라는 사람이 색채 수학을 창안했다."
"인도의 기수 법은 정말 입이 벌어질 만큼 놀라운 발명이야. 알파벳보다도 훌륭하지. 몇 개의, 정확히 양 손가락 수만큼의 기호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를 나타낼 수 있다는 거니까! 바로 인도인들이 발명한 거란다."

여기서 인도의 기수법이란 우리가 아라비아 수라고 알고 있는 십집법을 의미한다.
"기원전 300년 바빌로니아에도 그러한 숫자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바빌로니아의 0이 역사상 최초의 0이었던 것이다. 당시 서기들은 그 숫자를 V자형을 거꾸로 하여 두 개 겹친 형태로 나타냈다. 이후 마야의 천문학자들이 달팽이집을 형상화한 수평의 타원 형태로 된 숫자 0을 만들어냈다. …… 하지만 서기 6세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숫자이자 수로서 '완전한' 0이 발명되었다."
"등호(=) 사용을 처음으로 제안한 <지혜의 숫돌>(1557)은 로버트 레코드의 가장 뛰어난 저서이다."
"페르마는 현대 수론의 창시자로, 파스칼과 함께 확률론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데카르트와 함께 해석기하학을 창안, 독자적인 이론과 방법론을 제시했고, 리이프니츠와 뉴턴보다 먼저 미분법과 적분법을 도입했다."


수학의 역사 외에도 생각할 거리들이 조금 있다.
"과학에서는 과거에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시의 경우에는 정반대입니다. - 폴 디렉이 오펜하이머에게"
"공식은 입으로 말하면서 외워야 해! 공식의 속뜻을 알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봐."
"사물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야."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기하학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클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바가 타당성 있는 것이라고 어찌 확신할 수 있는가?"
"기회의 평등, 그건 기회를 거진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수학은, 다른 모든 학문들 이상으로,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어떠한 조건하에서, 어떠한 가정에 의해 그 주장이 사실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이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 수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닌 철저히 한정된 진리만을 내세운다."
"변화 정도가 변화 상태에 비례 할 때, 지수함수일 가능성이 있다."
"불가능성에 대한 증명은 미래를 옥죄는 것이 아니라 실로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학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좋을 것임은 분명하긴 하지만 수학의 역사를 아는 것이 수학의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소설이 말이나 글을 풍성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는 그리 훌륭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