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몰아가는 '승자 독식' 현상은 이 블로그에도 요약이 올라 있는 '승자 독식 사회'라는 책에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다. 그리고 승자 독식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이 현상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 현상이 심화되는 핵심적인 원인이 정치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Winner-take-all Politics(승자 독식 정치학)'이다. 따라서 번역 제목은 좀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책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현상에 주목한다.
"이제 승자 독식은 미국의 경제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발생한 엄청난 소득의 대부분이 일반 조사에서 누락되던 바로 그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단순히 소득 상위 10%가 아니라 상위 1%, 그리고 그 상위 1% 중에서도 가장 윗부분을 차지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로 말이다."
저자들은 이런 부의 불평등의 심화에는 정치의 역할이 가장 컷다고 주장한다.
"부유층의 과도한 소득 집중을 막기 위해 고안된 법률이 급속한 경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는데도 철저히 모른 척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정치가 승자 독식 현상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 최근의 일인 것만은 아님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간 오랜 갈등의 역사 가운데 가장 최근의 사태에 불과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 동안 경제 번영의 혜택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갔는데 왜 그 다음부터는 경제 성장의 과실이 부유층에게만 집중되기 시작했느냐는 것이다. …… 우리의 두 번째 미스터리는 바로 이것이다.“정치적 평등이라는 이상 위에 수립되었고 중산층 유권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은 정치 시스템에서 어떻게 민주 정치가 승자 독식 세상을 만드는 데 그렇게 크나큰 기여를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이유를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적극적 개입과 고의적 방관을 통해 부유층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적극적 개입은 반대 행위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고의적 방관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을 저자들은 '표류'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표류란 미국의 입법 과정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교과서적 시각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 정책도 내놓지 않는 소극적 형태의 공격 정치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무대책과는 다르다. 표류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는데 첫 번째는 거대한 경제, 사회적 변화가 기존 정책의 허점을 공격하거나 잠식하면서 미국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책들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 있는데도 모른 척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묘히 정치 방해 활동을 펼치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때문이다."
정치가 승자 독식 현상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40년대의 뛰어난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Kari Polanyi)가 했던 유명한 말처럼 겉으로는 아주 자유로워 보이는 시장도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정부의 강압적 권력 행사가 필요한 법이다. 계약을 실행하고 노조를 결성하고 기업의 권리와 의무를 설명하고 소송을 제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이해 상충 요건을 규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의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시장에 어떠한 규제도 가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놓고 최소한의 관리 감독만 해야 한다"며 야경 국가를 부르짖는 시장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철학적 자만에 불과하다."
"심지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경제 관련 논의에서는 이런 ‘재분배’라는 말조차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정치인의 개입을 통해 시장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바꾸는 것, 즉 시장의 보상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개입이 없는 것을 가장 자연스러운 시장의 형태로 여기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의 '자연스러운' 질서와 시장의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그런 식으로 시장의 보상이 부유층에 더 많이 향하도록 시장 구조를 바꿔왔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항상 붙어 다니기 마련이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미국의 자본주의 간에도 긍정적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났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관계다.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갈등 관계를 이루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평등이라는 이상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활동에 미치는 국민의 영향력이 동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는 행사하더라도 그 정도가 아주 미미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계산법에서 돈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 정부 앞에서는 평등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소위 '유효 수요'라고 부르는 것에 반응한다. 유효 수요란 한마디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를 말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정치적 측면에서는 평등할지 모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결코 평등할 수 없다."
"시장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사람들은 정치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시장에 깊숙이 관여한 사람들은 정부의 규제나 민주적 개입을 강하게 거부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상당한 재력도 갖추고 있다. 정치적 평등이라는 강력한 보호 장치가 없고 시장과 민주주의 사이에 방화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서도 최강자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이상도 침해당하게 된다."
"<연방주의자(Federalist)> 신문 39호에서 매디슨은 "새로운 미합중국 정부의 모든 권력은 귀족의 특권이나 세습권이 아니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 민주주의 문서가 갖는 온갖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헌법은 재산에 근거해서 국민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여기저기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았다. …… 그러나 그들은 아래로는 사유 재산에 대한 도전, 위로는 민주적 평등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 이쪽으로 치우치면 무산계급인 민주적 다수에 의한 폭민 정치가 되고 저쪽으로 치우치면 유산계급에 의한 소수 독재 지배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적 정치가 항상 완벽한 모습의 시장을 형성한다거나 정부의 개입이 항상 정당하거나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좋든 싫든 민주적 정치가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논쟁의 초점이 시장의 형성에 정부가 개입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재산과 시장은 정부와 법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보적 비평가들의 시각에 따르면 재산과 시장은 정부와 법률의 제재와 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제재와 제약이 부재할 경우, 경제적 불평등이 점점 확대되면서 더 거대한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부유층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불평등이라는 거센 파도에 침몰하고 과두주의에 휩쓸려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 폴 피어슨, 제이콥 해커 III (0) | 2017.04.09 |
---|---|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 폴 피어슨, 제이콥 해커 II (0) | 2017.04.08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칼 필레머 (전자책) (0) | 2017.04.04 |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로저 스크러튼 (0) | 2017.04.03 |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 - 찰스 포드 II (0) | 2017.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