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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 폴 피어슨, 제이콥 해커 III

thinknew 2017. 4. 9. 16:57



지난 포스트에 이어서 주로 공화당이 그리고 민주당이 승자 독식 현상을 심화시키는데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해 요약해 보자.
"이익 집단이 아무 대가없이 무조건 정당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의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당은 이중 압박을 받는다. 유권자들의 마음도 사야 하고 동시에 조직화된 이익 집단들도 기쁘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다로운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유지하는 것이 오늘날 정당이 갖추어야 할 진짜 능력이다."
"이런 상황과 함께 1970년대는 선거 활동에 TV라는 매체가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현대적인 여론조사도 등장함으로써 정치에서 돈의 역할이 지대해졌다. 그러므로 부자들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게 된 공화당의 강세는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 TV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돈은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또한 돈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기부금을 마련하고 유망 라이벌을 저지하는 데 막대한 활동 자금이 투입되었다."
"브록이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회장을 지낸 4년 동안, 즉 카터 행정부 첫 해부터 레이건의 백악관 입성으로까지 이어지는 그 기간에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공화당의 조직력이 눈부시게 부활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런 부활이 재계의 영향력 상승과 나란히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승자 독식 경제도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 승자 독식 정치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사실 1990년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 해였다. 그해 공화당의 중도파는 가차없이 권력 밖으로 밀려나며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패배를 겪었다. 그것도 같은 공화당 의원들 손에 말이다."
"승자 독식 경제의 황금기는 조지 부시 1세를 실각시켰던 경기 후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지 부시 2세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경제가 몰고 온 파장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경기 후퇴로 막을 내렸다."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자신들의 지상 최대 과제로 여기는 이런 태도만큼 경제 사안에서 공화당의 급진 보수로의 급선회와 승자 독식 경제의 적극적 수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부유층이 누릴 혜택은 뒤에 감춤으로써 새로운 세법 규정들에 들어 있는 승자 독식적인 측면을 교묘히 위장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을 승리로 이끄는 데 공화당은 그저 교착 상태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았다. 반면 민주당은 중산층에 헌신하는 정당으로 이미지를 변신하기 위해 여러 중대 사업들을 야심차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처럼 민주당은 항상 공화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저항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의사진행방해로 개혁 법안만 차단한 것이 아니라 반대 세력에 정치적 타격까지 입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음으로써 다수당을 무능하게 보이도록 만들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었다. 이것은 소수당이었던 공화당에는 거대한 이점으로 작용했다. …… 스스로를 유능하게 보이도록 만들기는 어려워도 상대방을 무능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급기야 보수주의 활동가, 조직, 유권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 정부의 재정지출과 증세를 반대하는 보수주의 정치운동)이다. 이 티파티 운동은 2009년 여름, 의료 서비스 개혁 관련 의회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정책 결정권자 또는 선거 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여 정책이나 주요 이슈에 대하여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 공개회의. 미국 참여민주주의의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 옮긴이)에 흥분한 반대 세력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조직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동안 승자 독식 시장이 심화되는 이유로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것들이 근거가 빈약한 것이었다는 점을 저자들은 역시 언급한다.
"첨단 기술의 변화, 세계화 같은 요인은 이런 이분화 현상과 그리 연관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교육의 편차도 그 연관성이 높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자들은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됨으로써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비관론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세계 경제가 아니라 미국의 국내 정치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힘으로 미래를 바꾸는 것이 얼마든지 능하다. 이것이 우리가 이 책에서 들려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소식이다."
"어떤 마법의 특효약이나 단일한 해결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개혁의 윤곽을 잡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이 책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에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 회복의 길은 활처럼 둥글고 길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선거라는 정치 쇼에서, 조직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서, 언제든지 작동할 수 있다. 조직력을 갖춘 동맹군이 하나도 없는 개혁 세력은 엄청난 자금력과 확고한 임전 태세를 갖춘 적들과 지금도 대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과 개혁 세력의 활력이 사그라지면 조직화된 반대 세력은 자신들의 우위를 주장하게 되고 그러면 개혁 세력이 거둔 명백한 승리마저 퇴색할 것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현상 유지를 강하게 부르짖는 세력과의 대결에는 운이나 허세, 대담한 행동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 현명함과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십만으로도 부족하다. 개혁 세력에 필요한 그 이상의 무언가는 바로 조직이다."
"최상위 부유층에 과도하게 흘러들어가는 부의 흐름을 바꿔놓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가 합심하여 지속적으로 중산층 중심의 경제 활동을 펼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특권층이 누리고 있는 이익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정치 개혁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개혁 차단 및 방해 활동을 펼치는 경제 엘리트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와해된 시민 조직들의 폭넓은 정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직들이 중산층 유권자를 동원하고,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감독에 필요한 조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활동이다. 그리고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활동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별로 놀랄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워싱턴 정치인들로부터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던 비교적 간단한 개혁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사진행방해와 여타 입법 방해 활동을 몰아낼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1975년도에 그랬던 것처럼 다음 의회가 시작될 때 다수당이 단호한 태도로 의사진행방해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그런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정치적 평등을 "경제적 불평등 앞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말하기 15년 전에 벌써 그의 먼 친척이었던 테디 루스벨트(Teddy Roosevelt)는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정치 과제는 공직 세계에서 특수한 이익집단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주의는 특정인이나 소수의 행운아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에 의한 통치라는 것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저자들은 승자 독식 현상의 심화가 미국에서의 현상이라고 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 승자 독식 현상에 의한 불평등의 심화에 정치가 깊이 개입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이 책의 의의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조직이 악영향을 미치지만 그 악영향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역시 시민들의 조직화된 역량이 요구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에서,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벌써 조직화된 시민들의 역량을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혜안에도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당연히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