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 유시민이 다시 등장했다. 1주년 기념 강연이었다. 주제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것인가'였다. 참으로 시의적절할 강연이었다. 결론은 이렇다. '정보의 소스(생산자, 의도 등)를 확인하라'
'Me too'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요즘, 그에 대한 엉터리 분석이 넘쳐난다. 자고로 꼴통들의 대응은 황당한 구석이 많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생기고 '여자이기 때문에 살해되었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그걸 곧장 '남성 혐오'로 연결시켰다. 박근혜가 탄핵되자 '향후 100년 동안 여자가 대통령 되기는 글렀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반론과 특수론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구분할 수 있는 인간들도 그 적용을 항상 악의적으로 한다는 게 문제다.
여자가 주로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한편 모든 남자들이 범죄자는 아님도 당연하다. 따라서 여자들이 '공격자들은 주로 남자'라고 했을 때 그 '남자'란 '남자 일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자를 지칭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한편, 권력자 중에 박근혜는 드물게도 여자였다. 그러니 '앞으로 여자 대통령은 되네 마네'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Me too' 운동이 '남자는 여자 근처에도 오지 말라'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라면, 그건 그들에게 마초 기질이 체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여성들을 희롱한 남자들의 태도에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겠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할 때 흔히 하는 말 '열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은 스토킹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여자들의 노출이 심해서, 성폭력을 유발한다'라는 웃기는 이야기도 한때 떠돌아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또 '펜스 룰'이라는 웃기는 말이 떠돌아 다닌다. 짤방 영상과 다음 기사는 JTBC의 '펜스 룰'에 대한 '팩트 체크' 코너이다. 한번 보자.
http://news.jtbc.joins.com/html/311/NB11600311.html
"최근 '펜스룰'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신조라는 것이죠. 그런데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 '펜스룰'이 마치 남성들의 '미투 대처법'인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논리입니다. 과연 적절한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펜스가 성차별주의자로서 한 발언이 지금 다시 거론된다는 것은, 그걸 'Me too'의 대응 도구로 삼는다는 인간들의 인식이 성차별주의를 공유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물론 '워마드'나 '메갈리아'처럼 내놓고 남성 혐오를 드러내는 존재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여성 운동의 주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들먹이며 '남성 혐오' 운운하는 인간들이나, 지금 '펜스 룰' 운운하는 인간들은, 그동안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 그리고 그것이 지금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의도가 없거나 이해할 능력이 안되는 (어쩌면 둘 다일 가능성이 더 큰) 인간들이라고 봐야 한다.
자한당의 여성 위원장이라는 웃기는 인간은, 자신들은 "터치나 회식 자리에서의 그런..."이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면서 자한당은 Me too' 운동과 무관하다고 공식 석상에서 떠들었다. '펜스 룰'을 들먹이는 인간들은 그 말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를 이해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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