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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김정남 피살로 보는 여론 조작의 구조

thinknew 2017. 2. 15. 09:12


http://www.imgrum.net/tag/%EC%97%AC%EB%A1%A0



북한의 수령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었다는 기사가 떳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존재하는 북한과 관련된, 그것도 정치 수뇌부와 관련된 사건이어서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처음부터 이상하게 흘러간다. 일단 기사부터 보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98752&PAGE_CD=N000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1&CMPT_CD=E0018M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성 요원 2명에게 피살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나오자 청와대는 '외교안보부서에 확인 및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정보당국 입장은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고, 수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통보받기 전까지는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론>의 저자 월터 리프먼은 그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일상적인 사실, 창조적인 상상력, 믿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이들 세 요소들로 구성된 모조 현실에는 과격한 본능적인 반응이 있었다."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무조건 아랍인들이 고초를 겪는다. 미국 여론에 아랍인들이 테러의 중심인물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리프먼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저 말을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저 말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김정남이 피살되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여기에 벌써 창조적 상상력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북한에 의한 암살'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다시피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런데도 벌써 '믿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꼴통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와 동일한 구조의 사건이 또 있었다. 지난 기사를 보자.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64104


"1997년 2월 15일 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에서 한 남자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남자는 열흘 뒤 숨졌다. 피살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 씨였다. 이 씨는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언니인 성혜랑의 아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함께 자랐고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북한 최고 상류층에 속해 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 씨 피살과 관련해 경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범인들이 이 씨의 주소를 입수한 경로를 밝혀낸 게 전부다. 범인들이 심부름센터에 돈을 주고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 이에 따라 1997년 5월 이 씨의 개인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 경사 한 명이 공공기관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경찰관을 통해 이 씨의 주소를 알아낸 후 돈을 받고 용의자들에게 정보를 넘겨준 심부름센터 대표 등 2명에게는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김영삼 정부의 비리에 대한 관심을 황장엽 망명과 이 씨 피살로 돌리려 했다는 게 음모론의 핵심이다. 2월 13일 황장엽 망명 이후 모든 언론 지면은 이 사건으로 뒤덮였다. 그전까지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리던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과 나중에 차남 김현철 씨 구속으로 이어지는 한보비리 사건이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사건도 당시에는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암살'이라고 난리를 쳤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 지나고 보면 왜 그런 난리를 쳤는지도 드러나 있다.

북한이 테러 행위를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그러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벌써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암살'이라고 떠들에 대는 데에는 또 북한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 먹으려는 비열한 의도가 분명하게 읽힌다. 북한의 핵심 지도부도 아니고 이미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외국을 떠돌아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김정남의 죽음이 우리의 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사건의 추이를 지켜만 보면 될 일이다. 찌라시들처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