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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100% 공감, 유시민의 우려

thinknew 2017. 5. 9. 07:29




대선 정국에서 유시민이 다시 등장했다. 이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유시민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너무 유능해서 반 유시민 정서가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반 유시민 정서를 대변하는 한마디를 들자면 "옳은 이야기를 저렇게 싸가지없이 하는"이라는 말일 것이다. 옳은 이야기이긴 한데 자신은 받이들이기를 거부하는 모순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다. 그런 유시민이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을 눈 앞에 둔 지금, 너무나 시의적절한 우려를 표했다. 먼저 기사를 보자.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6681 


"유 작가는 지난 5일 방송된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지식인이거나 언론인이면 권력과 거리를 둬야 하고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하는 건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대통령만 바뀌는 거지 대통령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바꿀 수 없는,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기득권 권력이 사방에 포진해 또 괴롭힐 거기 때문에 내가 정의당 평당원이지만 범진보 정부에 대해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노사모 집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노사모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노무현의 질문에 노사모들은 '감시'를 외쳤다. 그러자 노무현은 대략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나를 견제하고 비판할 세력들은 주변에 널렸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아직 나를 도와줘야 한다." 그 당시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한 노사모들이 많지 않았고, 진보들은 언론, 지식인 할 것없이 '권력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역할에 몰두했다. 그 결과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정부였던 참여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전락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선한 역할'을 독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자칭 진보들은 그때도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때 당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도 우파이니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다'라거나,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라며 사회 개혁을 위한 초당적 협력보다는 발목잡기에 더 몰두했다. 지금 심상정은 그 연장선상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대선 후보 6차 토론에서 심상정이 문재인에게 한 말이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고도 한 것이 없다"였다. 개혁 입법들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를 심상정은 같은 국회에 있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았을텐데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18세 투표권이 무산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무능하다거나 손 놓고 있어서 안된 것이 아니라, 지금 바른정당을 만든 인간들이 협조할 듯이 해 놓고는 뒤에 말을 바꾼 탓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 것이 없다'라든가 '어쨎든 1등을 까야 한다'라는 정치공학적인 논리를 내세워 정권 교체의 절호의 기회를 말아먹을 지도 모를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때에 '진보어용 지식인'이 되겠다는 유시민의 말은 너무나 합당하다. 문재인이 당선되더라도 그 앞날은 지뢰 투성이다. 목숨걸고 발목잡자고 들 자한당 떨거지들, 경제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긴 하나,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인 북한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안보관때문에 자한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일 바른정당 인간들, 자한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국민의당 내 호남지역주의자들, 이런 적폐 세력들이 새 정부를 물어 뜯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지금, 유시민이 말한 '진보 어용 지식인'들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권 교체, 적폐 청산' 이 구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