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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1만 시간의 재발견 - 안데르스 에릭슨 & 로버트 폴

thinknew 2017. 6. 20. 16:59

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노력이 기회를 만나는 것, 그것이 운'이라고 했다. 에디슨은 발명에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 다 '노력'을 강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가 되는 것이든, 성공한 존재가 되는 것이든 간에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천재는 노력 보다는 타고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천재도 비슷한 정도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것은 경험이나 사변적 추론에 의해서 한 말이 아니고,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낸 것을 바탕으로 한 말이어서, 우리의 직관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수용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인으로서의 노력에 더해서 필요충분조건을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Peaks: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정점: 새로운 전문가학의 비밀)'이다. 제목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유추할 만한 내용이 없지만 이 책도 그것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번역 제목을 '1만 시간의 재발견'으로 한 듯하다. 그렇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일부에 불과하므로 적절한 번역 제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전문가 또는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와의 차이점은 철저하게 과학적 분석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때로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만 있으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꾸준히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틀린 말이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의 전문가 연구에서 나온 분명한 메시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성취에서 유전적 자질이 어떤 역할을 하든, 그들이 가진 핵심 재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두뇌와 육체가 지닌 놀라운 적응력이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재능을 다른 사람들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사실이다."

저자들도 먼저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서의 연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보다 진전된 '방법'을 제시한다.
"20여 년 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연구한 뒤에 동료들과 나는 분야가 무엇이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두 동일한 일반 원칙을 따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방법을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의식적인 연습'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일단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실력과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이후의 '연습'은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인 '컴포트 존comport zone'(원래 온도/습도, 풍속 등이 맞아 인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일정한 범위를 가리키며 쾌감대, 쾌적대, 안락 지대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 옮긴이)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으면 향상도 없다."
"일반적으로 해결책은 '더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다르게 하기'다. 즉 방법의 문제다."
"계속 전진하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항상 가능하지만, 그것이 늘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요구되는 집중력과 노력을 유지하기란 어려우며, 보통은 재미도 없다. 그러므로 동기부여라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은 단기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량의 정보를 한꺼번에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심적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의 경우 도전이 거세면 변화도 크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구조 변화를 유발하는 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이미 아는 기술을 계속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압박의 강도와 기간이 지나치면 극도의 피로와 함께 학습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몸과 마찬가지로 뇌도 컴포트 존 밖으로 밀어내는, 그렇지만 너무 멀리 밀어내지는 않는 최적의 지점, 구기 종목에서 공이 가장 잘 맞는 지점을 가리키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훈련으로 야기된 지적 능력과 신체 변화에는 유지가 필요하다. 훈련을 그만두면 사라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비범한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항상성이라는 편안한 틀 안에서 사는 데 만족하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1만 시간에 가까운 많은 시간을 들여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과정에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 훌륭한 코치 또는 조력자의 존재, 동기 부여 및 그것의 유지에 대한 이야기한다. 이어서, 우리의 직관에는 반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을 이야기한다. 먼저, 특정 영역에 대한 학습 영역은 나이 제한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부정한다. 다음으로 IQ를 포함해서 선천적 재능이 전문가가 되는데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두 가지가 바로 신장과 체격이긴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지극히 정상인 사람이 노래나 수학, 또는 다른 어떤 기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선천적인 재능이 없이, 말하자면 둔재로 태어난다는 증거는 없다."
"많은 연구자들이 여러 영역에서 훌륭하게 자기 일을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필요 요건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적어도 일부 분야에서는 과학자로 성공하려면 IQ가 110에서 120 사이는 되어야 하지만, IQ가 그 보다 높다고 해서 추가적인 이득이 있지는 않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충분히 열심히 연습해서 특정 수준의 기량에 도달한 사람들을 보면, 유전적 요인이 누가 최고가 되느냐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다. 적어도 특정 활동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타고난 능력이라는 의미로 흔히들 오해하는 그런 ‘재능’은 아니다."
"'타고난 특질'이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을 배우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수행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훈련 정도와 효율성’이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도전에 직면하여 발휘되는 우리 몸과 뇌의 선천적인 적응 능력이 초기에 일부에게 이점으로 작용했을지 모르는 어떤 유전적인 차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이는 타고난 재능에 대한 믿음의 어두운 단면이다. 재능을 믿게 되면, 일부는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으며, 초기에 이런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믿음 때문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한편으로, 나머지는 해당 분야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든다. 이는 다시 ‘재능 있는’ 아이는 정말로 잘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이어진다. 시간, 돈, 교육, 격려, 지원 같은 노력을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려 하고, 아이가 실망하지 않게 보호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심리에는 어떤 악의도 없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할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개발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법', '학습법' 등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낸 사실들에 근거하고 있어서 장미빛 결말만을 보여주는 여타의 책들과 다르긴 하다. 그러나 저자들도 인정하다시피 노력을 할 수 았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타고난 자질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많은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독자들에게 어떤 비법을 전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자기 계발서'들과 차이점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