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용'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초중고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하느냐 마느냐는 오랜 논란의 역사가 있어 검색해 보면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다 나와 있다.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모두 반박되어 있지만 한자 교육 주장자들은 그것을 수긍하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든 위헌 심판 청구가 이루어졌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란 법리만을 따지므로 위헌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수도를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기자고 하니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고 위헌 판단을 내리는 헌법재판소여서 더욱 그렇다.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겉으로는 언어선택권이니 언어 부실화 등의 논리를 주장하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두가지의 큰 요인이 잠복해 있다. 하나는 어문학에서의 권위를 이미 획득한 기득권 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 교육으로 먹고 사는 사교육 집단들의 이익이다.
국어국문학계에서 원로들이 가장 손쉽게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자를 아느냐 모르느냐이다. 해방 이후 세대들은 1970년에 벌써 한글 전용을 시행했으므로 한자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이 요인은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편이다. 기득권들은 굳이 한자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이미 권위를 획득해 두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번째 요인이다. 먼저 예를 하나 들자. 예전에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화환을 요란하게 전시하는 것이 허례허식이라고 해서 추방하자고 캠페인을 벌였지만 별 무소용이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아예 그것을 법으로 금지시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화환 업자들의 반대 로비가 워낙 거세어서 였다. 한자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자 교육과 관련하여 형성되어 있는 사교육 시장이 장난이 아니다. 초중고 교과서 및 공문서에 한자 병기가 달성되면 한자 교육 관련 사교육 시장의 파이가 엄청나게 확대된다. 그러니 목숨걸지 않겠나?
설사 이번 심판에서 한글 전용이 헌법 합치로 나오더라도 한자 교육 시장은 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조하다시피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전면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과서와 공문서에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글 전용이 위헌 판결이 나오면 한자 교육으로 먹고 사는 업자들은 횡재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므로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부디 헌법 합치 판결이 나서 그렇지 않아도 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의 어깨가 조금이라도 가벼워 질 수 있기를 기대하자. 행여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그래도 세상은 굴러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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