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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틀리지 않는 법 - 조던 엘렌버그 II

thinknew 2016. 12. 2. 19:21


지난 글에 이어 저자가 수학의 응용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요약한다.

우리는 잘될 때는 그것이 계속 잘될 것이라고, 그리고 잘 안될 때는 계속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기업 실적을 분석한 자료에서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이 드러났다. 지금 잘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평균으로 수렴하고 잘 안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뜻이다. 그에 대한 설명을 요약한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어떤 펀드가 내리 5년째 시장을 제패한다면 그것은 투자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시크리스트는 괜히 충격을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책에 '기업 활동에서 평범의 승리'라는 대단한 제목을 붙였다. …… 시크리스트는 이렇게 썼다. "기업의 경쟁 활동에서는 평범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수천 개 사업체들의 비용(지출)과 수익을 분석한 내 연구가 분명하게 가리키는 결론이다. 이것은 산업의 자유에 따르는 대가이다." …… 최고의 성과를 내던 자들도 시간이 흐르면 평범한 구성원들과 비슷한 모습과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골턴(우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 골턴)은 훗날 시크리스트가 기업체의 운영에서 밝혀낼 현상을 관찰했던 것이다. 탁월함은 지속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평범함이 자리를 굳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첫 소설로 대박을 터뜨렸던 신예 작가의 두번째 소설이나, 데뷔 음반이 엄청나게 유행했던 밴드의 두번째 앨범은 왜 첫번째 만큼 좋은 경우가 드물까? …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예술적 성공은 재능과 운의 결합이고 따라서 평균으로의 회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수학자가 수학적 통찰을 통해 정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요즘 정치학 문헌에서 상식이 되어 버린 그 사실이란, 부동표들이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은 정치적 신조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양 후보자의 장점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체로 신경을 거의 안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선거 결과가 달라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투표가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과반수가 늘 제 뜻을 관철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무관한 대안이 결과를 통제하기도 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지 부시와 엘 고어가 맞붙은 선거에서 조지 부시가 승리한 결과에 대해)"
"이런 비합리성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앞에서 우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개인들의 집단 행동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여론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으로 알듯이, 사실은 개인도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렇다면 점균류는 개개인의 일상적인 행동에 드러나는 역설과 모순을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개개인이 비합리적인 것은 그들이 실제로는 개인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작은 국가와도 같아, 각자의 내면에서 옥신각신하는 여러 목소리들 사이에서 분쟁을 해하고 타협을 중개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늘 합리적이진 않다. 그러나 점균류처럼, 우리도 어쨌든 끔찍한 실수를 지나치게 많이 저지르진 않으면서 그럭저럭 세상을 헤쳐 나간다. 민주주의는 뒤죽박죽이다. 그러나 그럭저럭 작동은 한다."
"콩도르세는 만일 사람들의 과반수가 무언가를 믿는다면 그것은 그 무언가가 옳다는 강한 증거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압도적인 과반수에 대한 믿음은 수학적으로 정당화된다. 설령 그들의 결론이 우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믿음과 위배되더라도. 콩도르세는 "나는 내가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되고, 나처럼 자기 개인의 견해를 꺼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성과 진실에 순응한다고 여긴 것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는 민주주의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주적 선택의 매력은 그것이 공정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도덕적 근거에 기반하여 사람들은 스스로 통치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선택이 현명하든 현명하지 않든 말이다."
"이것은 정치에만 적용되는 논증이 아니다. 다음 질문은 모든 분야의 정신적 활동에 두루 적용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아내려고 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규칙과 절차가 승인하는 결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하는가? 바라기로는 두 개념이 대체로 일치한다면 좋겠으나, 모든 어려움은, 즉 모든 개념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는 두 개념이 갈리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하디는 콩도르세의 번뇌를 틀림없이 불필요한 혼란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했을 것이다. 하디라면 콩도르세에게 진정한 최선의 후보자가 누구냐를 묻지 말고, 심지어는 대중이 진심으로 공직에 앉히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냐도 묻지 말고, 우리가 어떤 후보자를 여론의 선택으로서 정의해야 하느냐를 물으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형식주의적 접근법은 오늘날의 자유 세계에서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닙니다. 강인한 사람이 어떻게 실수하는지, 행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더 잘 행동할 수 있었는지 지적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을 인정받아야 하는 사람은 실제로 현장에 있는 사람, 먼지와 땀과 피로 얼굴을 더럽히는 사람입니다. 용맹하게 분투하는 사람입니다. 실수와 곤경이 따르지 않는 노력은 없기 때문에 거듭 실수를 저지르고 곤경에 처하는 사람, 그럼에도 행동하려 나서는 사람입니다. 커다란 열정과 커다란 헌신을 아는 사람입니다. 고결한 대의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최고의 상태일 때는 크나큰 성취를 얻어 낼 것이고 최악의 상태일 때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대담하게 실패할 사람, 그리하여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차갑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한자리에 놓이지 않을 사람입니다. -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직후인 1909년 파리에서 했더 강연 '공화국 시민' 중에서"


일반인들은 수학은 천재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생각에 매몰되어 중간에 수학을 그만두는 현상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때문에 천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천재성 신앙은 또 고된 노력을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수학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노력'이란 점잖은 모욕이나 다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에게 차마 똑똑하다고 말해 줄 수 없을 때 대신 말해 주는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러나 노력하는 능력, 즉 하나의 문제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시켜 그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틈이 있는 듯한 지점은 모조리 밀어 보는 것, 더구나 겉으로는 뚜렷한 발전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나 가진 기술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당신이 아무리 신동이라도."
"수학을 오래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은 (그리고 나는 이 교훈이 훨씬 더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보다 앞선 사람은 늘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같은 교실에 있든 아니든 말이다."
"수학은 대체로 공동 사업이다.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거대한 지적 네트워크가 만들어 낸 산물을 각자가 조금씩 더 발전시킨다. 비록 아치를 완성하는 최후의 돌을 얹은 사람이 특별한 영예를 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다. "전신이나 증기 엔진이나 축음기나 전화처럼 중요한 물건을 발명하는 데는 천 명의 사람이 필요했지만, 공은 마지막 사람이 다 차지하고 우리는 나머지 사람들을 잊어버립니다.""
"천재성은 어떤 발생한 사건이지, 어떤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결론적으로 수학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수학의 교훈은 단순하다. 이 교훈에는 숫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 우리는 그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감각이 안겨 주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우리의 직관은 형식이라는 외골격을 입었을 때가 입지 않았을 때보다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수학적 확실성과 우리가 일상에서 적용하는 그보다 더 부드러운 확신은 서로 다른 일이라는 것, 가능하다면 우리는 늘 그 차이를 인식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좋은 것이 더 많다고 해서 항상 더 좋아지지는 않음을 이해 할 때, 혹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도 기회가 충분히 많이 주어진다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볼티모어 주식 중개인의 유혹을 물리칠 때, 혹은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 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들을 다 떠올린 뒤 어느 것이 좀 더 확률이 높고 어느 것은 좀 더 낮은지 고려하면서 결정할 때, 혹은 집단의 신념은 개개인의 신념과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버릴 때, 혹은 여러분의 직관이 형식적 추론이 깔아 둔 도로들을 따라서만 내달리도록 풀어 줄 때, 여러분은 방정식 하나 안 쓰고 그래프 하나 안 그리면서도 수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수학의 응용에 관해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수학, 그 중에서도 통계에 관한 내용이 꽤 된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건너뛰고 읽더라도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우리가 천재가 아니더라도 왜 수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잘 서술하고 있는 책이어서 당연히 강력 추천 목록에서도 앞자리에 놓아야 마땅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