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모양으로 얼어 있는 러시아의 강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고 나서, 그걸 허버트 스펜스가 '사회진화론'으로 확장함으로써, 당시 극적으로 드러나던 자본주의의 모순이 정당화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어서 그 주의가 히틀러의 광기를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회진화론은 진작에 소멸되었지만, 인간의 성향이나 재능이 선천적이라는 '유전자 결정론'은 (학계에서는 유전자와 환경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대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살아 있다.
한편, 다윈은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자연 선택' 설과 더불어 암컷과 수컷들의 생존 전략으로 '성 선택' 설을 주창했다. 이 '성 선택'설은 그동안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내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수컷은 선천적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진실을 포함하고 있어서, 권력을 쥔 남자들이 자신들의 바람둥이 기질을 정당화할 때 흔히 동원되는 논리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Me Too' 운동이 들불 번지듯 퍼져 나가고 있다. 여기에 어슬픈 과학 지식을 들이대는 인간들이 없을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논리를 들이대는 인간들은 주로 자한당 쪽이라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기사가 나왔다. 일단 그 기사부터 보자.
http://news.joins.com/article/22409496
"차 전 의원은 2일 SBS라디오 ‘정봉주의 정치쇼’에 출연해 “인간의 유전자를 보면 남자, 수컷은 많은 곳에 씨를 심으려 하는 본능이 있다”면서 “이는 진화론에 의해 입증된 것이다. 다만 문화를 가진 인간이라 (그 본능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문화의 위대함이란 그런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전 의원은 “성 상품화와 강간, 권력에 의한 성폭력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성 상품화나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개인적 자질의 선천성을 주장하는 것도 그렇고, 남자는 바람둥이라는 것도 그렇고, 부분적으로만 진실일 뿐이다.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도 있고, 또 한 개인에게 그 두 가지 요인이 어떤 비율로 작용하는가 하는 것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래서 '천재는 타고난 것'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믿음은 오류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성 선택'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또한 사회적 동물이어서 남녀 사이에 '사회적 상호 작용'도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개인에게 있어서 '성 선택'의 영향과 '사회적 상호 작용'의 영향이 어떤 비율로 작용하는가도 모두 다르다. 그러니 몇몇은 수컷 본능인 바람둥이 기질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몇몇은 단 한명의 배우자에게 헌신하는 순애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의 행태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먹는 꼴통들이나, 그것을 부정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모두 과학적 발견의 부분 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부분 만을 규명해 놓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지금의 과학적 설명은 양면성을 모두 통합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 '남자는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는 일반론 하나로 자신들의 문제를 덮으려는 인간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욕해야 마땅하다. 희한하게도 그런 놈들이 자한당 언저리에 주로 서식한다는 것이 단지 기분 탓일까? 그럴리가 없다. 이런 게 동서고금을 통틀어 극우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고 보면, 자한당이 극우 꼴통 집단이라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박멸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없는 것이 있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은 자명하다. 적폐 청산의 물결이 도도한 이때, 빠르든 늦든 도태시켜 나가야 할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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