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국가가 무슨 권리로 그 피해자들의 동의도 없이 보상을 합의하며, 민간단체가 하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저지해 주겠다고 약속해 준 것 하며, 어느 한 구석 협상이라고 할게 없다. 그저 일본에 합의를 구걸한 것일 뿐이었다. 더욱 고약한 것은 그런 합의가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겉으로는 '민간단체가 하는 일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라고 발표해 놓고는 그 내용을 비공개 합의문에 담아 두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대통령도 고육지책을 펼 수 밖에 없었다. 국가 간 합의라 '우리가 나서서 합의를 파기하지는 않되, 그걸 합의로 인정하지도 않는다'라고 선을 그어 버렸다. 당연히 일본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는 결론을 내린 이후로 일체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데 반해, 일본은 심심하면 한번씩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읊조리곤 했는데, 결국은 아베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은 한단다. 그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80124075744363?rcmd=rn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월9일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어 한국 현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꼭 만나고 싶다"며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직접 전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올림픽은 겉으로 내건 명분으로야 스포츠의 제전이지만, 참가국의 정치권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외교 무대이기도 하다. 국가 정상도 사람이어서 개인 간에 형성된 신뢰 관계도 외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일본의 아베 총리가 그 전에 떠든대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외교적 히든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명분이 한국에 있으니 그런 히든 카드가 있을 리 없고, 결국은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도 입으로는 여전히 한국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이다.언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했나?
아베를 위시한 일본의 극우들도 하는 짓이 자한당과 비슷하다. 아니다. 자한당이 일본의 극우와 하는 짓이 닮았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건 박정희, 김종필 때부터 그랬고, 지금의 홍준표까지 일관되게 보이는 일본에 대한 태도에서, 자한당의 뿌리가 친일 잔재 세력과 닿아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극우들이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자한당은 적폐 청산의 큰 물결에 쓸려 떠내려갈 처지에 놓여 있으므로 충분히 청산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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