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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일베 교육 자료 (아마티아 센의 '정체성과 폭력'에서)

thinknew 2016. 10. 1. 16:25


나는 그동안 일베 사이트에서 놀지 않으면 적어도 일베는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했다. 일베 사이트에서 놀지 않아도 일베 못지 않는 놈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유사 일베라는 거추장스러운 용어도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겠다. 이것은 그냥 일베 교육자료이다. 이놈들은 물리적 폭력이든 언어 폭력이든 그것을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고약한 놈들이다. 그러니 아마티아 센의 '정체성과 폭력'이라는 책에 이놈들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나. 과연 그러하다. 한 구절씩 보자.

"폭력은 어수룩한 사람들에게 단일하고 호전적인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조장되고, 능숙한 테러 전문가들에 의해 자행된다."
그동안 일베들이 저질럿던 폭력을 보면 이 구절이 참으로 옳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베들은 좀 더 특이하다. 이놈들은 정체성이 없다. 독일의 네오 나치들은 자신들이 순혈 아리안 족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사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베는 아무런 정체성이 없다. 그저 꼴통 정권 홍위병 노릇도 하고, 온갖 차별은 그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자기들 멋대로 정당화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괴롭히고, 이런 행동들에 무슨 정체성이 있겠나. '정체성 없음'이 정체성이려나? 하여간에 골치아픈 놈들이다. 

"선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 상황을 거부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성적 추론을 사용하기보다 아마도 순응주의적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다. 전형적으로, 그러한 순응주의는 보수주의적인 함의를 가지는 경향이 있으며, 지성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오랜 관습과 관행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다. 실제로, 성차별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심지어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과 같은 전통적 불평등은 기존의 믿음들을 문제 삼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존속하게 된(이런 믿음에는 전통적 약자들의 비굴한 역할도 포함된다)."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인간이 무식하면 바로 이런 현상이 생기는 법이다. 

"하나의 분류 범주만 부각됨으로써 생겨나는 편 가르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주장은 그 방안이 절대 될 수 없다."
이놈들이 정체성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때에 따라 하나로 결속되는 사안이 있다. 바로 반공이다. 공산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북한은 공산주의, 그러니까 빨갱이, 그러니까 나쁜 놈들, 이런 식으로 연결되고, 누군가가 북한도 한민족이라고 하면 곧바로 '너도 빨갱이'라고 규정짓고는 타도해야 할 적이라고 되는 것처럼 온갖 폭력을 일삼는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지만 북한도 다양한 정체성이 섞여 있는 집단이어서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 집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베들의 머리 속에는 '북한은 나쁜 놈' 이것 밖에 없다. 

"(서로의 상황들에 대한 몰이해는) 명확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우리가 교육을 얼마나 받았고 얼마나 재능이 있는가에 따라 그 정도가 다양할 것이다."
무식이 죄는 아니지만 일베들에게 무식은 곧 죄다. 왜냐하면 너무나 쉽게 폭력적 선동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황산 테러를 저지른 고등학생, 국제적 테러 집단인 IS에 가담하겠다고 떠나서 소식이 없는 청년, 가려다가 중간에 붙잡힌 청춘 남녀 등을 보면서도 이 녀석들은 그걸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