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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위험한 생각들 - 존 브록만 편집

thinknew 2016. 8. 2. 17:21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나 그 시대, 그 사회를 관통하는 주류 관념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굳게 믿기도 했다. 그럴 때 신분제가 타당하지 않다거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하면 그건 위험한 생각이 된다. 물론 어떤 생각이 위험한가 아닌가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변한다. 현대의 위험한 생각들은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 정신의 신비는 풀렸다'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위험한 생각일까 아닐까? 도덕의 근원이 종교가 아니라는데 그 생각은? 이 시대의 석학들 110명에게 이 시대에 위험한 생각으로 보일 수 있는 생각들이 무엇일까를 질문하여 그 답신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편집자 존 브록만은 www.edge.org 웹사이트를 통해 해마다 올해의 위험한 생각들을 발표한다. 물론 일년 내내 그런 생각들을 수집한다. 그 중에서 브록만이 판단하기에 생각해 보아야 할 위험한 생각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110명이나 되는 학자들로 부터의 답신이므로 그 답신들은 모두 짧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장이 근거가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그 근거까지 제시해 두진 않았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스티븐 핑거의 글에서 '위험한 생각들'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을 잘 요약해 놓았다.
"'위험한 생각들' 속에 내가 함의하고 있는 것은 진지한 과학자와 사상가들이 명확한 증거와 논거에 근거해 제시하는 사실과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 사실과 주장들은 그 시대가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도덕과 질서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오랫 동안 사람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윤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실수를 반복해왔던 것이다."
"과학은 항상 기존의 모든 지식에 대한 의심(회의론)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하나의 생각'이 '위험한 생각'으로 변모하게 되는가?"
"첫째로는 그 생각이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여겨지는 경우이다. …… 어떤 생각이 위험한 것으로 변하는 이유는 대체로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위험한 경우는 인간 본성과 관련될 때이다.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과 앨런 피스케Alan Fiske는 어떤 인간관계는 흔들 수 없는 확신에 근거해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자식과 부모를 사랑하고, 배우자들에게 충실하며, 친구들에게 진실하고, 공동체에 이바지하며, 우리가 속한 집단에 헌신한다.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는 까닭은 사전에 그것들이 어떤 가치와 장점이 있는지 따져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가치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고민하는 사람은 위의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드러낼 뿐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자기 자식을 팔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배우자나 친동료, 자신의 국가를 팔아넘기면 얼마나 이익이 발생하고 손실이 초래될지 따져보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가능성 자체를 일축하고,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성한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따질 때에는 사정이 달라 진다. 그런 경우에는 마땅히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신성한 가치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은 오직 지적인 것에 근거해서 생각들을 평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스티븐 핑거는 또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집단 간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편협한 행위를 자극할 것이라는 잠재된 두려움에도 근거는 있다. 위험을 줄이려고 지적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이 '의무'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집단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할 때, 그 말은 통계 분포상으로 보았을 때의 평균값이나 편차를 얘기하는 것이지,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남자나 여자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평등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약속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개인으로서 다루는 정책이지 집단을 대표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집단은 구별될 수 없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보더라도 올바른 주장이 아니다."

칼 사바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과학의 역사는 두 가지 유형의 지식이 진보하면서 오늘날에 이른다. 먼저 '어느 정도'의 불완전한 이해가 있고, 그 이해는 좀 더 수정되고, 마침내 이전의 이론이 가진 타당성을 무효로 하지 않으면서도 더 넓은 범위에서 적용되는 이론으로 대체된다. 예컨대 뉴턴의 중력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대체되었다. 다른 유형으로는 이전의 아이디어로부터 이무런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해 지금까지 불완전했던 이해가 풀리는 경우이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미래에 관해서 결코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역사가의 불문율이다. 역사학은 지나간 사실facts만을 다루는 학문인데, 미래에는 그런 팩트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토르 노레트렌더스는 불평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평등이 인간 질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 (빈부 격차가 적은) 가난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은 , (빈부 격차가 심한)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절대적인 재산의 양은 적을지 모른다. 그러나 건강의 측면에서는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보다 건강하다.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에서는 상류층 사람들도 많은 질병에 시달리며,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빈곤은 질병의 확산과 생태계의 붕괴 및 사회 폭력과 범죄의 만연을 의미한다. 이것은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나쁘다. 불평등은 모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마지막 글을 리처드 도킨스가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인류는 위험한 생각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고 친밀한 것에 기대어 살아가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젖어 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이 생각들이 애초에는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구체적인 지식을 얻을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