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독서

신없는 사회 - 필 주커만

thinknew 2016. 7. 1. 09:01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며 전도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가 가장 위세를 떨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런 식의 전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미국에서 그렇게 한 것을 우리가 배워 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 기독교의 극성스러움을 미국이 역으로 배워간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이런 식의 전도가 기독교인들 조차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니 배척해야 할 행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종교는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종교로 인한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교를 여전히 믿으며, 종교를 비판하기를 꺼려한다. 종교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근본주의자들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종교가 없는 사회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는 근본주의자들의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종교가 없어도 사회가 지옥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선 나는 신이 없는 사회가 단순히 가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점잖고 쾌적한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없는 사회는 지상의 지옥이 될 거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입에 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종교적인 믿음이 사라져도 여전히 훌륭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로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내세에 대한 희망'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에는 무시무시한 사신死神을 두려워 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죽음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가깝거나 먼 미래에 자기들의 존재 또한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거나, 또는 불편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오르후스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는 마흔세 살의 안네가 무척 흥미로웠다. 오랫동안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무신론자들이 대개 임박한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안네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안네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이 망가져서 죽음을 가장 힘들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죽음의 공포가 인간에게 불가피한 현실이며, 따라서 이 '보편적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종교가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커다란 의문을 제기한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는 궁극적으로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고 단호하게 주장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도덕을 지키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삶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데도, 그들의 삶에는 사랑이 있고 경제적 번영도 있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세속주의적인 사회에서 세속주의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론들, 즉 종교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없어서는 안되는 조건이라는 주장을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 보게 만든다. 어쩌면 의미심장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정교분리가 근대의 주류 사상이다. 저자에 의하면 종교의 영향에서 거의 벗어난 사회인 덴마크 역시 정교분리가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덴마크의 [전] 총리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종교는 개인적인 문제이고, 반드시 개인적인 문제여야 한다. (...) 개인적인 신념보다 종교적인 법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천년 전의 계명과 경전에 개인의 신념이 복종해야 하고, 사회 전체가 종교적 명령에 따라야 한다. 우리 덴마크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한다.""

종교의 존재 이유를 세속적인 번영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님을 저자는 보여준다.

"나는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나라와 빈곤과 분쟁을 겪는 나라가 갈리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역사, 정치, 경제, 지리,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적인 측면은 관계가 없는 듯하다." "신에 대한 믿음이 신자들 개인에게 정서적, 심리적 위안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사람들이 고통과 슬픔, 불안에 시달릴 때가 그렇다. …… 하지만 오늘날 가장 문명화되고 정의롭고 안전하고 평등하고 인간적이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든 것은, 가장 종교적인 나라가 아니라 가장 세속적인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자신이 온건한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도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엄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라면'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근본주의자들은 아무리 반대 증거가 많아도 그것을 사탄의 공작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신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렇다. 종교를 믿든 믿지 않든 두루두루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