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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II - 제럴드 에델만

thinknew 2016. 8. 31. 14:57


바로 전 포스트에서는 마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요약하였다면 이번 포스트는 과학이 철학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대해 요약한다. 내 포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철학은 용도폐기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한편 그런 언급을 보고 이런 의문이 들 것이 분명하다. "책 몇 권 읽어보고 수천년 동안 인간의 지성을 지배해 온 철학을 용도폐기되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물론 내가 근거없이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짧은 포스트에서 일일이 참고 문헌을 제시할 수 없어서 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천재 신경생리학자의 언급을 통해 내가 '철학은 용도폐기되었다'고 한 그 주장의 타당성을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고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에 그(데카르트)는 '실체이원론substance dualism'을 표명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견해에 의하면, 세계는 '연장실체res extensa'와 '사유실체res cogitans'로 구성되어 있다. 갈릴레이 식의 조작은 연장실체, 즉 부피를 갖는 것들의 집합에 작용한다. 그러나 사유실체, 즉 생각하는 것들의 집합은 시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에서의 발전은 단순하게 자료를 모아 놓는 것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을 종합해서 실제로 시험해 봄으로써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누구라도 수정을 가할 수 있고 아니면 심하게는 아예 폐지시켜 버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이론만큼 새로운 사상이나 실험을 촉진시키는 효과적인 방식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학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학자에게 철학은 곤혹스러운 작업일 수 있다. 과학이란 세계의 법칙을 기술하고 그 법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기술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철학은 독자적인 어떤 특유한 주제를 갖지 않는다. 대신 철학은 다른 지식의 영역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정사精查한다."
"문제는, 철학자마다 유일한 관점을 구성하기 때문에, 각각의 '학설'이 다른 나머지 것들을 모두 거부해 버리게 만드는 것 같다는 점이다. 철학은 '학설들'의 무덤이다."

"그렇다면 그런 철학에 대해 왜 신경을 쓰는가? 그것은 철학이 사상을 우리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존재의 모든 측면에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며, 철학의 역사가 심리학의 역사와 밀접히 뒤얽혀 있기 때문이며, 생물학에 기초한 마음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견해가 철학에 수명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설명을 구성하기 위해서, 근대의 입자물리학과 장이론이 결정론적이거나 시계장치 기계론으로서의 세계관을 제거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기계론이 (거시물리학과 생물학의 경우에서 보듯이) 유용하거나 기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주가 모든 척도에 있어 그런 용어로 의미 있게 고려되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본질주의와 플라톤주의에 대해서는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최후의 일격이 가해졌음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화에서 자연선택의 시스템은 (역사적인 시스템이며) 한 개인의 생애에서 새로운 것을 다룰 수 있는 체성선택계를 발생시킨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신경 다윈주의의 주요 전제들이 올바르다고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여러 가지 홍미로운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우선 첫째, 마음에 대해 어떤 색다른 설명을 제시하기 위해 생물학 자체를 넘어설 필요가 없다. …… 둘째, 이 개념들은, 만약 옳다면, 튜링 기계나 컴퓨터로서의 뇌의 작동에 대한 일반적 설명을 배제한다. 그리고 셋째, 실체이원론(데카르트적 변용)과 속성이원론(심리학은 독자적인 용어로만 만족스럽게 기술될 수 있다는 관점)이 배제되지만, 선택적 시스템과 비선택적 물질 체계 사이의 구분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기초한 인식론의 입장을 취하므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실재론자며 세련된 유물론자다. 발생과 진화라는 사실이 있으므로 우리는 목적론(최종 원인이나 궁극적 목표에 대한 교설)을 부정한다."

"과학은 검증할 수 있는 진리에 공헌해 왔다는 점에서 현저하게 실천적임이 드러났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현대 사회와 그 경제학은 점점 더 과학적 기술에 의존하며, 점차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과학적 믿음을 이해하고 있다. 어쨌든 호기심에 덧붙여, 탐욕도 종종 지식에 대한 탐구를 추진시킨다."

"마음에 대한 생물학적으로 기초한 이론 위에서 세계 안에 차지하는 우리의 위치를 알게 되면 우리의 한계를 잘 알게 될 것이며, 철학적 야심 또한 억제될 것이다."
"우리는 선호되는 일련의 학설을 제시했다. 한정실재론, 정교한 유물론, 선택설, 다윈주의가 그것이다."

"제임스는 그런 문제에 관한 철학적인 주장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칸트와 칸트 이후의 성찰이 주는 전체 교훈은 단순성인 것 같다. 칸트에게서 사고와 진술의 복잡함은 쾨니히스베르크의 케케묵은 형식주의가 악화시킨 타고난 질환이다. 헤겔에게서 그것은 격분하는 홍분 상태다. 그러므로 끔찍하게도 이 철학의 아버지들이 먹어 버린 신 포도들은 우리를 진저리나게 한다.""
"몇몇 문화에서는 과거의 종교적인 우주론이 이론물리학의 가장 발달된 영역에 굳게 연결된 과학적 우주론으로 대체되었다."

"플라톤이 가장 분명하게 정식화했고 그 이후 대부분의 관념론 철학에 반영됐던 본질주의는 고전적 범주 개념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비록 생물에게 분류법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본질주의가 틀렸다는 것을 생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지식도 진리처럼 근본적인 개념이다. 지식은 우리의 이해, 기본적인 수준의 개념, 또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이해에 의존한다. 지식은 사람의 이해가 확실할 수 있는 만큼 확실하지만 언제나 수정의 가능성이 있다. 객관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가능한 한 많은 관점들의 상황에서 본 것에 의존하며, 기본적인 수준의 개념들과 심상 도식 개념들을 단지 간접적으로만 의미있는 개념들과 구분함으로써 얻어진다."


사람들 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독서란 두가지 효용이 있다. 하나는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머리 속에 모호하게 떠도는 생각을 명료한 문장으로 기술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에 대한 과학적 접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설명해 주지만, 그것에 더하여 과학이 철학을 극복하였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