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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세컨드 네이쳐 - 제럴드 에델만 II

thinknew 2017. 2. 1. 17:12



지난 포스트에서는 뇌기반인식론을 중심으로 요약했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전통적 인식론, 즉 철학 또는 인문학으로 불린 사고의 문제에 대해 요약한다.
"인식론은 지식의 기원, 범위, 성질을 다루는 철학의 한분야이다. 쉽게 말해 인식론은 지식을 다루는 이론이다. 인식론은 철학적 사고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하위분야를 좀더 파고들어보면, 인식론이 제기한 아이디어의 타당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며 심지어 철학계 내부에서는 인식론자들이 하고 있는 노력들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 인식론은 옳다고 검증된 신념으로서의 지식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관심에 대한 많은 철학적 논쟁들은 '지식', '옳음', '신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식론 전반에 대해 회의를 가졌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기술한 것처럼 이러한 논쟁은 언어의 게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전통적 인식론의 뿌리로 거슬러올라가면 적어도 본질주의자인 플라톤에 도달할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데카르트의 "의심할 수 없는 신념을 찾는 외로운 사고가"라는 개념에서 인식론적 사고의 핵심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중심 개념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대부분의 현대과학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이원론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근본적인 관심은 지식의 확고한 기반을 확립함으로써 불확실함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전통적 인식론의 모든 관점들은 생각하는 주체와 그 주체가 직면해야 하는 객관적인 세상을 분리하고 그 둘을 중심으로 논쟁을 벌인다. 따라서 내적인 정신작용을 강조하는 합리주의자(rationalist), 지식은 주로 세상과의 상호작용에서 획득되는 감각적 자료로부터 얻어진다고 주장하는 경험주의자(empiricist), 그리고 선험적 (a priori) 사고와 후험적 (a posterior) 관념을 연결시킴으로써 이 주제에 접근한 칸트주의자(kantian)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어 왔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전통적 인식론이나 비판자들의 견해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 관점들에서 옳은 부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으로만 작업했다. 그보다는 인식론과 과학을 연결시키려는 노력, 즉 인식론을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더 생산적일 것 같다."
"이 논의에서 핵심적인 인물은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인데,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물리적 인과개념이 적용될 수 없는 해석의 문제로 간주했다. 그가 1900년도 이전에 저술한 저서에서(그는 1911년에 사망했다), 그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거부했다. 대신 그는 인간이 의지, 감정, 사고의 다양한 조합을 활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리학, 철학, 그리고 역사학 분야를 정신과학(Geistesioissenscbafteri) 혹은 인문과학으로 보았다. 이것들을 물리적 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자연과학과 구별했다."
"그 하나는 자연과학과 종교의 차이를 논의한 흐름이며, 더 최근에는 '과학전쟁'(science wars)이라고 해서 과학 자체는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아니라 단지 사물을 보는 또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이 어떤 지식을 진리라고 인정하는 절차가 다른 방식에 비해 결코 더 낫지 않다는 포스트모더니스트(postmodernist)들의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내 생각에 사유하는 존재를 강조하는 인문과학과 물리적 세계를 강조하는 자연과학을 구분하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유지되는 한 이 둘은 반드시 분열될 수 밖에 없다."
"앞서 데카르트학파의 관점을 설명할 때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이 화해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의식을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는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실제로 신경과학계에서는 우리의 인지능력이 진화의 산물로서 자연계의 질서를 따른다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로써 인지능력이 논리나 수학적 단순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각, 기억, 운동신경조절, 감정 및 의식 자체의 출현과 함께 창발되어 나온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인간의 '앎의 과정'과 밀한 관련이 있는 이러한 특성은 예술이나 윤리 같은 정신적 현상의 산물을 과학적으로 기술하려는 극단적인 환원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의식적 퀼리아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신체상태에 대한 이상한 설명이나 이원론, 또는 범심론(panpsychism)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환원이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한 인간의 정신적 삶은 결국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에 토대를 둔다."


저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이 철학 전체를 무용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학이나 개념에 대한 용어의 구축 등은 과학이 철학에 기대는 부분이다. 또한 인문학적 추론도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한 자연 현상의 설명을 위한 하나의 도구임은 분명하다.그러나 과학적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추론에서 추론으로 이어지는 식의 인문학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식을 설명하려는 과학적 시도에 인문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임으로써 저자는 화해를 시도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하면서 언어와 고차의식이 등장했고, 이것들로 인해 증명 가능한 진실을 추구하는 경험주의적인 과학이 가능해졌다. 언어와 외부세계의 관찰에 대해 논리를 적용하고, 영구적인 지적 대상에 대해 수학을 적용함으로써 의식의 발달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의식은 논리나 수학에 의해, 또는 논리나 수학의 형태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떤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일어났다. 나아가 고차의식과 패턴인식이 가능하고 자연선택의 원리를 따르는 뇌가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서 예술적, 미학적, 그리고 윤리적 체계를 생성시켰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우리는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논리적인 분열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과학이 완벽하게 철저하거나 독점적인 것은아니지만, 지식의 건전한 기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팽팽하게 진행될 뿐이다."
"우리가 뭔가를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은 과학과 인문학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과학의 목표는 자연현상을 가치중립적이고 왜곡없이 기술하며 착각을 배제하는 것이다. 물리화학자인 야코뷔스 반트호프는 과학은 검증 가능한 진리를 찾는 데 도옴이 되는 상상력이라고 했다. 우리가 그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관찰과 실험이 진리의 검증에 도움이 되는 한 상상력이 발휘되는 방식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미 사고의 양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패턴인식과 논리이다. 나는 또한 새로운 것을 직면할 때에는 광범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논리보다 우선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게슈탈트반응(gestalt response)과 어휘의 순서를 정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분류작업에서 원시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패턴인식은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니지만 일반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특이성을 상실하게 된다. 때로 논리를 통해 모호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정신과 육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점, 그리고 그것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점, 또 인문학의 기여도 필요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결론짓는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요점 중 하나는, 진화와 신경세포의 선택과정이 지식 습득에 필요한 기반과 제반 구속 조건들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만, 우리가 진리임을 정당화 할수 있는 표준적 기준은 역사적, 사회문화적, 언어학적 요인들이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이러한 표준적 기준이 자연적인 방식으로도 수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로 어떤 사람이 자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이 신념이나, 욕구, 의도와 같은 신조에 해당하는 태도들을 자신의 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뇌의 작동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최소한 터무니 없는 가정이나 위선을 거부할수 있는 능력은 가지게 될 것이다."
"과학은 여러 문화적 사건들에서 비롯되며, 보통 이러한 사건들을 계획해서 촉발시키거나 예언하지 않는다. 과학이론은 특성상 완성이 불가능 하지만그 정도면 우리가 할수 있을 만큼은 성취할 수 있다. 과학은 이 세계와 우리 자신의 존재를 보장하는 구조적 조건을 규정해 준다. 더 나아가서 과학은 우리가 이 세계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구조적 조건도 규정해준다. 의식을 분석하기 위한 최근의 과학적 탐색이 인간의 지식에 대한 우리의 미래상을 확장하고 변형시킬지라도, 제2의 자연의 기원과 한계를 심화시켜 드러낼 것임을 자신있게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지만, 에델만의 전작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를 이미 읽은 사람에게라면 '일독을 권함' 정도로 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