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박근혜와 이명박, 전두환과 노태우의 데자뷰?

thinknew 2018. 8. 8. 09:22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반란 수괴로 전두환과 노태우가 나란히 처벌받았다. 여기에 가십거리이긴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둘 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처음에는 징수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노태우는 재산이 금방 드러나서 추징금 중 상당액을 추징한 반면 전두환은 거의 드러나지 않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추징을 다 못하고 있다. 노태우의 경호실장이었던 이현우는 곧바로 노태우와 등을 돌렸지만 전두환의 경호실장이었던 장세동은 끝까지 전두환을 감싸고 돌아 한때 '전두환을 지킨 영웅' 소리도 듣곤 했다. 두 놈 다 반란 수괴여서 주변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는 그저 가십거리일 뿐 그걸 핑계로 동정표를 던질 일은 아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지나고 보면 묘하게 비슷한 상황이 심심치않게 한번씩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직들 주변 인사들의 행태도 전두환과 노태우 주변인들과 닮은 구석이 많다. 먼저 이명박 측근이었던 인간의 진술을 한번 보자.

 

https://news.v.daum.net/v/20180808033617551

"이 전 회장은 금융감독원장 등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인사 청탁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08년 3월 28일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면서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원망을 쏟아냈다."

이명박이 구속되자 가족들을 포함해서 그 측근들은 신속하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집사였던 김백준은 이명박에게 치명적인 증언을 무수히 토해냈다. 그런 김백준에 대해 이명박 측은 '치매가 의심된다'고 까지 하며 도토리 키재기 식 싸움을 벌였다. 3촌지간인 이상은의 아들 이동형은 통화 녹취에서 이명박의 바지 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에 대한 울분을 여러 차례 토해냈다. 그리고 이명박의 돈에 대한 집착은 여러 사람들이 증언하기도 했다.

기사에 나오는 이팔성도 '파렴치한 인간들'이라고 토로한다. 이팔성도 청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 인간이라 동정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이팔성의 울분은 이명박과 등진 여러 측근들의 울분과 닿아 있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측근들이 구속을 계기로 신속하게 배신한 이유가 이해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동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

그에 비해 박근혜 측근들이 박근혜 탄핵 이후 보인 행태는 칭찬할 일은 결코 못되지만, 아무튼 이명박 측근들의 행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최순실은 아직도 '박근혜는 깨끗한 분'이라는 주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문고리 3인방도 구속 초기에 '박근혜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발뺌을 한 번 한 것 외에는 더는 배신하지 않았다. 이영선과 윤전추는 아직도 박근혜 뒷바리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는 적어도 주변인들에게는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으로는 비치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탓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므로,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은 더 나쁘고, '사익을 추구하지는 않은' 박근혜는 덜 나쁘다고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주변으로 부터의 신임이 두터웠던 전두환이 그렇지 못했던 노태우보다 덜 나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역사의 반복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는 점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그러나 그 말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적폐 청산은 뿌리까지 뽑아버려야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