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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뇌, 인간의 지도 - 마이클 가자니가 I

thinknew 2017. 6. 12. 16:25

인간의 정신이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이라는 것을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냈다. 이 분야의 심리학자들은 필연적으로 철학의 영역을 다루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철학은 인간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과학자들도 자서전을 쓴다. 그 중에서도 바로 뇌의 작용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과학자들의 자서전은 특히 흥미롭다. 사변적 추론으로는 내내 딜레마일 수 밖에 없었던 많은 것들을 이들이 규명해 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접한 신경생리학자의 자서전은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켄델의 '기억을 찾아서'를 들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요약이 올라있다.) 이 책에는 신경 세포에서 출발하여 기억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형식의 자서전이며, 분리 뇌 연구에서 출발하여 의식의 기원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자서전인 만큼 과학적 발견만으로 책이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한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삶에 개입하는 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과학에서는 운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과학에도 운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성공적인 연구실은 정말로 똑똑한 학생들과 포스트닥터 연구생들을 영입해 우위를 유지한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이 성공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모두가 똑똑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치면서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에 예측하기 힘든 성격과 운까지 더해진다면 과학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게 된다. 내가 이 역동적인 연구실(노벨상 수상자 로저 스페리의 연구실)로 뛰어든 것도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확실히 검증된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 사이의 줄 다리기는 언제나 존재했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새로운 기회에 대비하고 있지만 정작 그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여러 노교수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통계학자 친구는 내게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친구는 사림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데 재미있어 했다. 사실 삶에서 성공과 실패는 드문드문 있는 일이며 그렇게 된 원인도 알아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성공에는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그러한 성공에서 노력과 운이 각각 얼마나 따랐는지는 알기 어렵다."
"삶에서는 무수한 일이 그저 일어날 뿐인데, 그런 일이 있고 한참이 지나면 우리는 그 일들을 합리적으로 보이게끔 이야기를 지어내는 듯하다. 우리는 살면서 생기는 사건 간의 인과적 고리가 드러나는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뜻밖에 벌어지는 일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만큼 과학과 과학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알바레즈 교수는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들어왔던 방식이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위대하지만 과학자는 인간이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한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은, 고생스럽게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늘 자신의 연구에 한계가 있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신임을 잃는 것은 처음에 그 생각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안을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도 기저의 진실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그저 한쪽 편에 서서 가능한 한 오래, 때로는 그보다도 더 오래 그 입장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카너먼은 이 현상을 '매몰 비용 오류 sunk cost fallacy'라고 블렀는데, 이미 너무 많이 투자한 탓에 그 일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할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과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념은 '창발emergence'이다. 즉 복잡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상호작용으로부터 더 많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생물학은 화학에서 비롯되고 화학은 소립자물리학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정신은 뉴런의 상호작용에서 나오고 그 위의 경제 원리는 심리학에서 나온다.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어려운 개념이다."
"그(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는 "환원주의자의 가설은 결코 '구성주의자'의 가설을 암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줄여서 간단한 기본 법칙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그러한 법칙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초보 소립자물리학자가 기본 법칙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면 할수록 나머지 과학의 실제 문제와의 관련성은 더 떨어지는 것 같고 사회 문제와의 관련성은 더더욱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예술이나 학문을 취미로 하는 사람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