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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교육 문제가 정치 문제로

thinknew 2017. 9. 17. 09:27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단적으로 말해서 답이 없는 (다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해법 자체가 없다)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고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소위 말하는 '출세'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 뿐이었다. '부동산에서 대박나는 것'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다. 부동산 대박나는 것이 '운칠기삼'이고 보면 그나마 (사람들의 생각에) 스스로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것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많이 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좋게 말하면 교육열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욕'을 어찌 국가 정책으로 통제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빈부 격차'나 전근대적인 '신분 차별', '부의 대물림' 등과 같은 문제들이 같이 엮여 있다. 결국 이에 대한 해법이라는 것이 나올 수 있으려면, 유럽의 몇몇 나라들처럼 사회 복지가 충분하여 교육이 사회적 문제가 아닌 그 자체의 문제로 축소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그런 상황으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므로 (차선이 아니라) 차악의 대책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라는 것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있을 수 없는 그 대책이라는 것을 요구하므로, 교육부는 뭐든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 문제에 정치가 깊숙히 개입하게 된다. 전두환은 사람들의 분출하는 요구를 달래기 위해 과외 금지, 대학 졸업정원제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가 금방 유명무실해진 바 있다. 왜곡된 교육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참교육을 주장한 교사들은 전교조를 만들어 정치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다.

그런 와중에 수능 시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특기 한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대단히 급진적인 시스템이 도입된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전교조를 '종북 빨갱이'로 몰아간 조선을 필두로 한 찌라시들은 거기에 '이해찬 세대'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이게 얼마나 악의적인 프레임인지는, 전두환의 뻘짓, 졸업정원제를 거친 세대를 '전두환 세대'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런 조선이 다시 '김상곤 세대'라는 악의적인 프레임을 유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음 기사를 보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2/2017090200157.html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수능 개편안 적용을 2021학년도에서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2, 중3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2, 중3 학생들은 20년 전 졸속 대입 개편으로 큰 혼란을 겪은 '이해찬 세대'에 빗대 자신들을 '김상곤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언제는 교육 문제에 불만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수능이 쉬우면 쉽다고 탈, 어려우면 어렵다고 탈, 이래도 탈 저래도 탈인 교육 문제에 유독 진보 정권만 들어서면 그것을 진보 정권의 문제인 듯한 냄새를 풍기는 저런 프레임 전쟁을 시도한다. 분명한 것은 전두환 세대가 없었듯 이해찬 세대도 없고, 김상곤 세대는 더더욱 없다. 오직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붙들고 시름하는 교육부의 존재 자체가 문제일 뿐이지.

정치 문제와 엮여 있는 교육 문제에 또 다른 골치 아픈 존재가 있다. 바로 사립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에서 사립은 분명히 사기업이다. 그런데 이게 교육과 관련되어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통제 하에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사학법을 개정하려고 했으나 그걸 촛불 집회까지 해가면 막은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었다. 그 여파로 비리 혐의로 물러난 재단 이사장이 다시 학교를 장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립' 유치원이 사단을 일으켰다. 기사를 보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61806001&code=940401&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2 

"한유총이 공개한 교육부와의 협상 내용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학부모 직접 지원 등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방안 마련, 사립유치원이 참여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원점 재논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부는 유아 학비 지원금 인상에 대해서는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2차 유아교육발전계획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해 나가겠다’고만 밝힌 바 있다."
"한유총은 “교육부가 협상안에 책임 있는 양측 대표가 서명하는 것도 생략해 사립유치원을 우롱했다”며 “(우리가) 스스로 휴업을 철회한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집 값이 떨어진다고 공공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공공연하게 막고,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원전 건설 계속 여부의 공적 논의조차 막는 이런 해괴한 형태를 사립 유치원이 다시 보여준다.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그게 아니긴 하다. 겉으로 어떤 이야기를 늘어놓든 간에 속셈은 뻔하다. 공립 유치원을 확대하지 말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는 것, 즉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기적인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유치원조차도 교육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관할이 교육부이다 보니 마치 사립 교육기관 지원하듯 사립유치원도 지원해야 된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한쪽으로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오너의 소유권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교육 지원을 요구하는 이상한 행태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다 이상하게 자리잡은 사학법 탓이다.

이 포스트를 쓰고 있을 때 사립 유치원 휴업을 강행하기로 했다가 다시 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사가 뜬다. 정당한 명분이 없으면 아무리 떼를 쓰도 안먹힌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다는 징조일까? 그렇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탐욕스러운 사립 운영자들이 그걸 언제까지 억누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