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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개인주의, 집단주의

thinknew 2016. 2. 29. 19:47

 

얼마 전 뉴스에 1인을 위한 카페 및 식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도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이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회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막연하게 나마 개인주의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먼저 개인주의란 이기주의와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하며 개인의 선택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개념이라고 보면 별 무리가 없다. 그에 반해 집단주의란 집단의 선택과 판단을 개인의 그것에 우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철학적 개념이 매우 넓은 범위의 생각을 포함하고 있어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우리가 사회 현상을 판단하기 위해서 정교한 철학적 정의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니 만큼 이런 단순한 정의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런 단순한 개념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평가해 보면 우리는 분명 집단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을 한 묶음으로 개인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한 개인이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와 별개로 그 개인이 속한 사회가 개인주의 사회냐, 아니면 집단주의 사회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개인주의 사회에서도 개개인은 개인주의적 사고를 할 수도 있고 집단주의적 사고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 사회의 주도적 이념이 어느 쪽이어야 할까이다. 이때 사회의 주도적 이념으로는 개인주의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이념이기 때문에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판단에 의해 개인주의적으로도 또는 집단주의적으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집단의 판단이 개인의 판단에 우선하기 때문에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주의와 별개로 사회의 주도적인 이념은 개인주의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로 가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비교문화학자인 킬트 홉스테데는 '세계 문화와 조직'이라는 책에서 70여개국에 있는 IBM 지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을 설문조사하여 문화의 차원을 분석해 내었다. (이 책의 독서 요약은 조만간 올릴 생각이다.) 그 4가지 차원은 다음과 같다. 개인주의-집단주의(individualism-collectivism),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권력 거리(power distance; 사회 계급의 견고성), 남성성-여성성(masculinity-femininity; 과업 지향성-인간 지향성). 홉스테데는 이 4가지 차원 중 개인주의 차원과 권력 거리 차원이 국가의 부와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즉 개인주의 정도가 클 수록, 권력 거리가 적을 수록 나라가 부유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홉스테데도 언급하였듯이 개인주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에 나라가 부유해 진 것인지, 아니면 나라가 부유해지니 개인주의로 나아간 것인지는 앞의 연구로 알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주의화 정도와 나라의 부는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우리가 직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현상으로 되돌아가 보면 그것은 개인주의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점점 파편화되어 간다는 것, 고립된 개인들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그것은 집단주의의 폐해이다. 이런 파편화 현상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단기간 일본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은 일본이 개인주의 사회라고 보기 쉽지만 일본은 일본이라는 집단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 파편화되어 살아가는 강고한 집단주의 사회이다. 일본과 한국이 집단주의 사회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부흥한 것을 보면 확실히 개인주의화와 집단의 부는 인과관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화가 적절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파편화된 개인들이 양산된다는 것을 일본과 한국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보다 확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한 현상을 보면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중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개인을 개인주의의 산물로 보는 것이 하나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통(이게 바로 집단주의이다.)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두번째이다. 무조건적인 애국심을 강조하고, 미풍양속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을 강조하는 현재의 사회 기득권층은 한국 사회를 과거로 역행시키려는 위험한 집단들이다. 파편화된 개인들이 점점 줄어들고, 보다 부유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판단과 선택이 존중되는 개인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