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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31 눈 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2. 2016.08.09 진화란 무엇인가 - 에른스트 마이어


진화론의 현대적 종합이라는 신다윈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 <확장된 표현형> - 그리고 이 책 <눈 먼 시계공>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18세기 윌리엄 페일리가 진화론에 반대하는 논거로 시계공의 예로 들면서 "시계와 같이 정교한 장치가 설계자도 없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다"라고 한 말에 대한 반론의 형식으로 붙인 것이다. 페일리의 그 주장은 그 뒤 오랫동안 신에 의한 지적 셜계론의 바탕이 된다. 아무튼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 먼' 시계공이다."

도킨스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공격을 받았다.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비유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눈 먼 시계공'이라는 비유가 의미하는 것, 즉 자연계에서 '신의 역할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둘 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의 주장, 그리고 도킨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예 이해할 생각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윈의 입을 빌어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윈이 지적했듯이, '개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주장'은 극히 빈약한 주장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진화론에 대한 반박은 대단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종교계의 부당한 공격에 시달리던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통해 아예 무신론을 주장해 버린다. 그리고 무신론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도킨스는 다음과 같은 말한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면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공적인 번식이다. 수백만 년이 흐른 뒤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 과정이 어떤 머나먼 목표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단기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러 세대에 걸친 우연적인 결과이다. '시계공', 즉 '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이 말이 타당하다면 신이 들어설 자리는 아예 없다. 다윈 이전에도 유일신 신앙인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다윈 이전의 무신론자라면 흄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을 것이다. "나는 생물의 복잡한 형태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신이 그 해답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가 더 좋은 설명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불행하게도 흄은 진화론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함으로써 별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책은 단지 분자 생물학 차원에서의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을 비판자들에게 좀 더 분명하게 설득시키겠다는 의도로 쓰였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비판 가설에 대한 반박 내지 해설에 할애하고 있다. 다윈주의 진화론은 세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이, 유전, 선택'이 그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던 그 시기에 이미 멘델은 유전에 관한 초기 이론을 세워두었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에 유전 현상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꽤 오랫동안 멘델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다윈주의 진화론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R.A. 피셔에 의해 멘델의 유전론이 다윈주의 진화론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피셔 이후의 진화론을 신다윈주의라고 한다.

그 외에도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획득 형질의 유전' 가설을 거의 폐기 처분하고, 고생물학자 굴드에 의해 주장된 '단속 평형설'도 신다윈주의 진화론의 대립 가설이 아니라 그 일부로 포함될 수 있는 것임을 보였다.

진화론에서 도킨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다윈과 거의 비슷한 반열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어떻게든 종교를 옹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킨스가 넘기 힘들 장벽으로 느껴질 그런 인물이다. 진화론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도킨스의 저작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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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논증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헛점을 찾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논쟁에서 창조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후자의 방법이다. 유감스럽게도 창조론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할 수가 없다. 근거가 오직 성경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진화론은 두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캐머런 스미스와 찰스 설리번이 지은 책 '진화에 관한 열가지 신화'는 진화론을 비판하는 논리의 허점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후자의 방법을 사용할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진화론을 적극적으로 변론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에른스트 마이어가 그 역할을 맡았다.

마이어는 다음과 같은 말로 진화론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진화에 대한 지식은 250년에 걸친 철저한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물리학에서 우주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에는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천체 물리학와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소립자 물리학이 있다.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 진화론도 분자 수준에서의 진화의 증거를 찾는 분자 생물학을 소립자 물리학에 대비한다면, 고생물학이나 인류학 등 역사적인 진화의 증거를 찾는 것은 천체 물리학에 대비시킬 수 있다. 마이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진화론을 설명한다. 
"진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개체군의 특성 변화이다. 다시 말해 개체군이 진화의 단위라는 의미이다. 유전자, 개체, 종 역시 일정 역할을 수행하지만 생물의 진화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개체군의 변화이다."
"다윈은 또한 진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조상에서 후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계통발생 줄기의 '위쪽으로' 움직이는 진화이다. 이것이 바로 향상 진화(anagenesis)이다. 또 다른 종류의 진화는 진화의 계통을 여럿으로 쪼개는, 좀 더 폭넓게 말해서 계통 발생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 (계통 분기군(clade, 공통의 선조에서 진화한 생물군 - 옮긴이))를 만들어 내는 진화이다. 다양성의 원천인 이러한 진화를 분기 진화(cladogenesis)라고 한다."


"가장 단순한 세균을 포함해서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형태들은 모두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단순한 생물까지 포함하여 모든 생물의 유전 암호가 동일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리고 세포의 수 많은 특성들이 미생물을 포함해서 모든 생물들에서 동일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명백하다."

"이 다섯 이론 가운데 두가지, 즉 진화의 기초적 정의와 공통 유래 이론은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 몇 년 안에 생물학자들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바로 첫번째 다윈주의 혁명이다. 특히 혁명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인간이 동물계 안의 영장류에 포함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머지 세 이론, 즉 점진주의, 종 분화, 자연선택 이론은 강한 저항에 직면했고 진화의 종합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진화의 종합이 바로 두번째 다윈주의 혁명이다. 획득 형질이 유전된다는 개념을 거부하는 바이즈만과 월리스가 주도했던 다윈주의는 조지 존 로메인즈(George John Romanes)에 의해 신다윈주의(Neodarwinism)라고 불렸다. 그 후 진화의 종합 이후에 수용된 다윈주의는 단순하게 '다윈주의(Darwinism)'라고 부르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유성 생식을하는 개체군에서는 두 종류의 변이의 원천이 존재하며 이 둘은 서로 겹쳐져 있다. 유전자형의 변이(유성생식을 하는 종의 경우 어떤 개체도 다른 개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할 수 없다.)와 표현형의 변이(각 유전자형은 고유의 반응 양태를가지고 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자연선택 이론의 반대자들은 대부분 자연선택이 두 단계로 이루어진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깨닫지 못한 일부 반대자들은 선택이 우연과 기회가 작용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편 다른 반대자들은 선택이 결정론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진실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아우른다."

"그런데 우리가 '연성 집단선택'과 '경성 집단 선택'을 구분하면 이 문제가 명료해진다(Mayr, 1986). 연성 집단선택은 편의적 집단의 선택을 가리키고 경성 집단선택은 응집력 있는 사회적 집단의 선택을 가리킨다. 연성 집단선택의 경우 집단의 적합성은 구성원들의 적합성 값의 산술적 총합에 해당된다. 이 평균적 값은 집단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적합성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종의 경우 사회적 집단이라는 특별한 종류의 집단이 생겨날수 있고 이것은 실제로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집단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협동으로 인해, 단순한 구성원 각자의 적합성의 산술적 총합보다 더 큰 적합성 값을 갖는다. 이를 경성 집단선택이라고 부른다."
"신체 구조든, 생리적 특징이든, 행동이든, 기타 속성이든 그것을 가진 개체를 생존경쟁에서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생물의 성질이 바로 적응이다."
"이제 종의 의미는 상당히 분명해진다. 종의 격리 기작은 균형 잡힌 조화로운 유전자형을 그 상태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개체와 개체군을 종이라는 단위로 조직화하는 것은 균형 잡힌 성공적인 유전자형이 합치되지 않는 외부의 유전자형과의 교배를 통해 훼손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격리 기작은 열등하거나 생식력 없는 잡종이 생겨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종의 보전을 자연선택이 유지시킨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인간의 뇌가 1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한 이래로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원시적인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업 사회로의 진보, 이어서 일어난 도시화와 같은 인류의 문화 진보는 그에 상응하는 뇌 크기의 증가없이 일어났다."
"인간은 실제로 매우 독특한 존재이며 신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주장해 온 바와 같이 어떤 동물들과도 다르다. 이는 인간에게 긍지이기도하고 부담이기도 하다."
"이타적 행동의 전통적 정의는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행동의 주체에게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별 다른 비용 없이 주어지는 모든 친절이나 도움 등을 제외한다. 사회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행동들은 별다른 비용 없이 수행되는 친절과 배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행동들은사회 집단을 뭉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엄격한 의미에서의 이타적 행동으로 건너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진화론이 흔히 악용되는 인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인종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인종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바로 유형론자들이다. 유형론자들은 어느 인종의 실질적, 또는 허구적 형질들을 그 인종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한 문장으로 진화론을 정의한다.
"진화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저자가 서두에도 언급했다시피 250여년에 걸친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진화는 이론의 단계를 넘어 사실이 되었다. 저자가 이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두었다. 당연히 독서 추천은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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