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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카톨릭 사제들의 성추문과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

thinknew 2018. 8. 16. 10:10


성직자들의 성추문은 아마도 종교의 역사와 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권위로 가린다고 인간의 성적 욕망이 완전히 억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성직자들의 일탈을 가지고 종교 전체를 부정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그러나 종교 지도자들을 '성직자'로 추앙하는 사회 관습은 이제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들은 '성스러운'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맡은 사회적 직업의 하나로 봐야 한다. 감추어진 곳에는 어김없이 부패가 자라난다. 종교계라고 예외가 아닌 것은 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증명해 준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또 드러났다. 다음 기사를 보자.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3993&code=11141400&cp=du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성직자들이 70여년에 걸쳐 아동 성폭력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성범죄 사실이 적시된 성직자가 300여명이었고 확인된 피해자는 1000명을 넘었다. 가톨릭은 사제들의 상습적인 성범죄를 상세히 알면서도 이를 철저히 은폐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걸 보면 개인도 문제지만 '은폐된 집단'이 더욱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은 욕망을 완전히 억누르기 힘든 본성때문에 언제든 일탈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감시의 눈길이 있을 때는 그런 일탈이 현저하게 줄여들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카톨릭, 개신교, 이슬람까지 포함하여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종교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개개인이 사회적 감시의 눈길이 없을 때라도 신의 눈길을 의식하여 개인적 일탈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보다 신에 더 가깝다는 사제들의 일탈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신의 감시의 눈길도 그다지 효용성이 없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종교 집단이라도 개인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집단이 눈을 감아 버리면 개인적 일탈의 억제 효과는 더욱 줄어들 것이 뻔하다. 위의 기사에 나오는 사건도 바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교 집단도 사회적 감시 하에 놓여야 한다. 그러나 몇몇 종교인들은 자기 집단의 성스러움을 사회 전체의 성스러움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그런 오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저지르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저항하기도 하고, 또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도 있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데 그게 여성 운동과 맞물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종교적 상징이든 국가적 상징이든 상징 그 자체는 당대의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한때 태극기는 신성한 국가적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태극기를 불태운다면 그런 행위를 비난하긴 하겠지만 그런 행위를 통해 대한민국이 모욕당했다고 흥분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마찬가지로 '성체'란 믿는 자들에게나 '성체'이지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그저 '상징물'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상징물에 낙서를 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걸 믿지 않는 자들에게 '신성 모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인들의 과민 반응일 뿐이다.

하지만 미운 짓도 나쁜 놈이 하면 더 미운 것은 인지상정이긴 하다. 워마드가 비난받을 짓을 많이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워마드의 행위를 여성주의와 결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미운 놈이 하는 짓이 다 밉게 보이긴 하겠지만 적어도 '성체 훼손' 논란에서의 워마드 비난, 더 나아가 여성주의 운동의 비난은 대단히 부당하다. 카톨릭의 성체(?)를 훼손한 행위와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낙태죄 반대'를 주도하는 카톨릭의 행위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일이다.

'낙태죄 찬반'은 논란거리가 아니다. 정확하게 정의할 수도 없는 '생명'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하나에 구속되어 강간당해 임신한 것도 낙태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카톨릭의 논리는, 자신들이 뭐라 떠들든 간에 논란거리일 수가 없다. 노예제가 폐지된 과정을 되새겨 보면 알 일이다. 노예제도 폐지될 무렵까지는 찬반이 갈렸다. 그러나 지금 노예제가 정당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낙태죄가 조만간 폐지될 악습이라는 것은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더욱이 기독교 전통이 우리보다 훨씬 깊은 서구의 나라들에서 낙태죄가 진작에 폐지된 것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워마드가 가만히 있는 카톨릭을 일없이 공격한 것이 아니라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도하는 단체로서의 카돌릭에 대해 분노의 표시를 한 것이다. 따라서 '성체 훼손'이라고 비난하거나 더 나아가 여성운동을 비난하기 전에 '낙태죄 폐지'를 먼저 문제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