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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 어떤 책을 많이 읽을 것인가?

thinknew 2022. 7. 23. 19:42

70년대 개발 중인 강남(위)과 현재(아래)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 또는 그 이전 세대에게 성공의 전제 조건은 고전읽기였다. 온갖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곤 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 특히 일본과 비교해 가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한탄도 하였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이 블로그에는 내가 읽은 책의 발췌문을 여럿 올려두었지만 이건 내가 읽은 책의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 나도 꽤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축에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느날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공학도다. 당연히 전공 서적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라고 할 때 그 책에 이공계 전공서적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 그리고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할 때의 그 대상이 되는 책들은 전부 인문 교양서적들이다. 이 책들은 자세히 보면 인문학의 교재들이다. 철학에서 주로 다루는 사상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들, 그리고 어문학부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소설들과 시들 모두 각각의 분야의 전공 서적들이다.

 

왜 이공계 전문 서적과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선택하는 교재, 예를 들면 '실용영어회화'같은 책들은 교양서적에 포함되지 않을까? 그래서 인문학도들이 이학, 공학 전공자들을 향해 '너희들은 무식하다.'라고 별 생각없이 질책하고, 또 이공계 전공자들은 그 질책에 기가 죽었다. 물론 이건 21세기가 주무대인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심심치않게 들리고, 기성세대들 중 나름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책들을 자랑하기도 하고, 추천도 하는 것을 보면 앞에서 말한 저런 분위기가 약해졌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고전을 많이 읽어야 된다'라는 말은 무시해도 좋겠다. 여전히 지식의 전달에 가장 좋은 수단이 책이어서 책을 많이 읽기는 해야 한다. 그러나 각자 전공이나 관심 분야가 있을 것이고 그것에 필요한 전문 서적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공계 분야의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교양 서적을 읽지 않았다고 스스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교양 100선' 같은 책들은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무시해도 괜찮겠다. 또, 이공계나 언어 계열 전공자들은 전공 관련 서적만해도 권수는 작아도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해야 읽었다고 할 수 었는 것들이 많으므로 권수로 많이 읽었다는 것에 얽매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지식을 가장 잘, 그리고 많이 전달해 주는 수단이 책이라면 그것을 챙겨 읽으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