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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빅맨 - 마크 판 퓌흐트

thinknew 2017. 7. 22. 17:00

리더십론은 자기 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다. 그리고 리더는 주로 일반적인 대중들은 보일 수 없는 정신적 능력을 보임으로써 리더로 추앙받는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세상에는 리더도 있고 팔로워도 있는데, 왜 유독 리더만 부각될까? 그건 아마도 리더가 된다는 것과 '성공'이라는 것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리더일 수는 없을테니 리더와 팔로워란 '성공'과 '성공하지 못함'의 상태라기 보다는 사회 조직에서의 역할 분담이라는 것이 타당한 추론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더가 되고 싶다'라든가 '성공하고 싶다'라는 인간의 욕망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기 때문에 팔로워들에게는 별로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한편,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정신도 생물 일반 그리고 육체적인 현상의 연장선 상에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놓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것의 진화적 원인도 역시 밝혀 놓았다. 사회가 리더와 팔로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리더가 된다는 것과 팔로워가 된다는 것의 진화적 원인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진화적 원인을 규명한 것이 바로 다음에 요약을 올릴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Selected: Why Some People Lead, Why Others Follow, and Why It Matter(선택된 것: 왜 어떤 사람은 리더가 되고 어떤 사람은 추종자가 되고, 왜 그게 중요한가)'이다. 그런데 왜 번역 제목은 원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빅 맨'인가? 그것은 책의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빅 맨'이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진화 리더십 이론'이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이 큰 그림에 걸맞은 이름이 있다. 바로 진화 리더십 이론Evolutionary Leadership Theory: ELT이다. 이 이름은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났고 그 토대가 인간이 진화하기 훨씬 전부터 갖춰졌다는 우리의 논점을 반영한다. 우리는 이를 적응 행동adaptive behavior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이 어떤 행동을 표현하는 데 ‘적응’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이는 진화 과정에서 생물이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화함으로써 번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 특정한 행동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 사회에 리더와 팔로워가 자리 잡았고, 결국 그러한 행동의 원형原型이 인간 두뇌에 '내장'되었다."
즉 리더가 된다는 것, 그리고 팔로워가 된다는 것이 둘 다 진화적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심리학을 동원한다.
"진화는 도덕적으로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진화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유기체가 번식을 할 때까지 산다는 사실뿐이다(그러나 진화는 우연하게도 적절하게 발전된 선악의 개념을 우리에게 주입해왔으며, 우리는 이러한 션악의 개념을 사용하며 '선한' 집단 구성원에게 상을 주고 불충하거나 이기적인 구성원에게 벌을 주어 집단의 결속을 다진다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육체에 적용되는 것이 정신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한다(그리고 이 책은 진화심리학을 세부적으로 파고 들지는 않지만 분명히 진화심리학을 일종의 도약대로 사용한다.). …… 우리의 정신이 진화에 의해 다듬어졌다는 생각은 (주로 학계 밖에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뇌가 신체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인간의 몸은 환경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뇌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진다."


자기 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리더십 이론을 잘 정리한 구절도 있어 여기에 인용한다.
"리더십 분석에 관한 한 파이를 자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 듯하다. 인물의 자질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행동 방식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으며, 주어진 상황이나 리더-팔로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대체로 말해서 이런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면 10여 가지의 리더십 이론이 나오며, 각각의 측면을 이리저리 짜 맞추면 특정한 리더를 설명할 수 있다(각각의 이론은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이 10가지 이론은 위인론(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라는 이론. 릭 레스콜라처럼 '필수적 자질'을 갖춘 사람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특성 이론(위인론에서 파생한 것으로, 리더는 그들이 보여주는 청렴이나 신뢰성 등의 특성 또는 속성으로 구분된다고 가정하는 이론), 정신분석 이론(모든 사회 집단은 가족을 대신한다는 프로이트의 사상), 카리스마적 리더십(리더는 그 성격만으로 팔로워들을 끌어당긴다는 이론), 행동 이론(효과적인 리더십은 특정한 행동들에서 나온다는 이론), 상황 이론(리더십이 발휘되는 방식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 상황 적응 이론(상황 이론을 확장한 것으로, 상황과 더불어 리더십이 요구되는 직무의 종류와 리더가 가진 힘의 수준 같은 변수들까지 고려하는 이론), 거래적 리더십 대 변혁적 리더십 이론(인습적인 유형의 리더십을 비전과 영감을 주는 유형의 리더십과 대조하는 이론), 리더십 이론(엄격한 계층제를 피하고 리더십 역할을 공식적으로 지정하기보디는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좀 더 유동적인 모델을 취하는 이론), 마지막으로 섬김 리더십 이론(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오직 집단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진화 리더십 이론'에 의하면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진화의 산물로서 인간 본성에 모두 내재되어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리더십이 발현되기도 하고 팔로워십이 발현되기도 할 뿐이다. 이는 도덕성의 개입없이도 사회적 협동이 자연 발생한다는 것을 보인 게임 이론에 의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리더십은 사회적 협동에 대한 요구만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진화 리더십 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듯이 인간은 무리를 따르는 본성을 타고난다. 팔로워십은 인간 정신에 내재한 일종의 디폴트 세팅이다."
"이렇듯 인간이 타고난 팔로워인 이유는, 첫째, 집단의 결속을 위해서이고, 둘째,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리더를 따름으로써 자신이 언젠가 리더가 되고자 할 때 필요한 자질들을 익히고 습득하기 위해서이다."


'빅 맨'에 대한 설명이 없을 수 없다.
"빅맨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인류학자 마셜 살린스Marshall Sahlins는 이렇게 말했다 “빅맨은 자유경제 활동을 하는 강인한 개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공익에 대한 표면적인 관심, 자기 이익을 위한 노련하고 경제적인 계산이라는 좀 더 심오한 기준,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킨다.” 살린스의 활약에 힘입어 빅맨이라는 용어는 인류학에 편입되었다. 살린스는 빅맨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문화권의 ‘리더’를 나타내는 넓은 의미로 쓰인다고 밝혔다."
"분명 사람들은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기부를 했다. 실제로 우리가 참가자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그들은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을 가장 존경했고 그런 사람을 그룹 리더로 선출하기를 원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그룹 리더의 자리를 맡게 되면 공적으로 더 많은 아량을 베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실험은 현대인들도 (빅맨처럼) 자애롭고 공평하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비치기를 원하며 이기심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적 리더는 중요하고, 유권자들도 팔로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정치 시스템의 진화론적 전개 과정을 요약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발생 시점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렇듯 오랫동안 이어져온 평등주의 시대는 대략 1만 3000년 전 농업이 확산될 때까지 아마 지속 되었을 것이다. … 농업이 확산되자 개인들 간에 부와 지위의 차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무리 사회는 빅맨이 이끄는 부족사회로, 이는 추후에 지정된 리더가 이끄는 군장 사회로 발전했다. 분명 민주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여러 번 등장했으며,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행운을 누리 고 있을 것이다(그래도 아직 세계의 많은 이가 이러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근대 민주주의의 기원을 기원전 5세기 무렵의 아테네나 로마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그렇지만 ‘민주주의Democrac/의 어원은 그리스어 ‘Demos(민중)’와 ‘Kratos(지배)’의 합성어로, ‘민중의 지배’를 의미한다]. 근대 민주주의는 (우리가 나무에서 사바나로 내려온 이후) 최소 200만 년 동안 인류와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평등주의와 민주주의 성향이 발현된 것뿐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지배적인 영장류, 그 다음에는 민주적 성향의 인간, 마지막으로 농업의 도래와 함께 독재적 성향의 인간이 나타나기 까지 오랜 진화 역사를 거친 우리는 마침내 리더십 지형을 형성하는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250년 전에 일어난 산업혁명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문화권 출신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근대 국민국가가 등장했다. 노동 분업은 정점에 달했고, 혈연관계나 부족에 대한 충성심 (군장사회와 초기 국가에서의 선발 기준)이 아닌 능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선택되었다. 노예 신분이었던 조상들과 달리 근대 국민국가의 국민들은(그리고 노동자들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으므로 횡포한 리더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러한 자유는 힘의 균형을 리더들로부터 이동시켰고 민주주의에 힘을 보탰다. 리더들은 이제 팔로워들을 존중하지 않고는 통치할 수 없게 되었다. 팔로워들을 고려하지 않고 통치하는 자들은 심각한 손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저자는 팔로워 본성을 타고난 인간의 ‘권력자에게 맞서기 위한 전략Stratege To Overcome the Power, STOP'도 이야기하고, 리더 본성을 타고난 권력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Strategy To Enhance Power, 즉 STEP'도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양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론으로서의 '진화 리더십 이론'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통치자가 극한의 선과 극한의 악 모두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인간 본성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 내면의 영장류는 권력과 지배를 열망한다. 권력을 갖고 지배하는 것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식량을 찾아 돌아다니던 원시시대에 우리는 협동이 이롭다는 점을 깨달았고 평등주의 정신을 갖게 되었다. 진화 리더십 이론은 이러한 인간의 모순적인 양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틀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리더와 팔로워의 갈등은 늘 있어 왔다. 그리고 진화 리더십 이론은 리더와 팔로워들이 상호 협동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그리고 리더십의 부작용인 독재의 출현에 대한 경계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갈등 상황에서 상당한 자기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장류와 크게 다르다. 상호 의존적이고 평등적인 집단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결과, 그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은 합의를 통해 갈등과 충돌을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것은 서열에 의한 지배보다는 리더십을 발휘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힘의 균형을 변화시켰다. 리더란 단순히 서열상의 알파메일이 아니라 '평등한 동료들 중 제1인자'이다."
"우리는 때때로 지배와 조종에 능한 리더를 목격한다. 이들은 대개 ‘3대 악'이라고 불리는 사악한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인위적 리더는 대개 자기애가 과도하게 높고, 마키아벨리적 성향이 있으며, 사이코패스적 증세를 숨기고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의 특성이라도 강한 사람은 권력을 쟁취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그 권력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며, 결국에는 부하들이 그들의 본 모습을 발견하게 되므로 이들 3대 악을 겸비한 리더는 결국 리더의 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때때로 이런 리더는 커다란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이 조직에서 다른 조직으로 옮겨 간다."


이 책은 도덕 철학에서 오랫동안 고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했던 리더십의 문제와 더불어 완전히 소외되어 있던 팔로워십의 문제를 한꺼번에 명쾌하게 설명한 진화심리학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