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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적폐들에게 있어 부패와 반공 이데올로기의 상관관계

thinknew 2017. 12. 15. 09:17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논쟁이 있다. 진화론에서는 '알이 먼저다'라고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이긴 하다. 뜬금없이 이 논쟁을 거론하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 청산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구조의 논란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에게 어제 검찰의 구형이 내려졌다. 그 이후 격분했다든지, 자신의 죄를 일관되게 부인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일단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1215044412338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18개 혐의 관련 결심 공판에서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든 최씨는 “검찰의 구형 낭독을 보며 가슴이 멈출 것 같았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사익을 취한 적이 없는데 검찰에서 1,000억원대 벌금을 물리는 것은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최순실은 독일에서 입국할 때는 '죽을 죄를 지었다'고 토로해 놓고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고함친 특이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긴 하다. 그런데 '사회주의 보다 더 한 재산 몰수'라는 항변은 아무리 따져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기춘이 자신을 변론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좌파 척결'이었다. '좌파'니 '사회주의'니 하면서 용어가 조금씩 바뀌어 왔긴 하지만 그 출발점은 '반공(반 공산주의)'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겉으로 내세우는 구호와는 다르게 내적으로는 사적 권력의 추구에 골몰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친 초원복국집 사건을 일으킨 것도 '반공'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최순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수를 참칭한 부패 정치인들도 대동소이하다.

이들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과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성한다는 생각, 둘 중 어느 것이 먼저였을까? 그 논란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친일파들은 간단하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적극 활용했을 뿐이다. 박정희도 자신의 친일 전력과 공산주의 전력을 세탁하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적극 받아들였음도 이미 알려져 있다. 그 이후의 군부 독재 정권 하에서 성장한 세대들에게 있어서 '사적 권력의 추구'와 '반공' 이데올로기 사이의 선후 관계를 구분하기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최순실이나 김기춘이나 자신들을 변호하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거론하는 '좌파 척결'이나 '사회주의보다 더함'이라는 말은, 그들의 머리 속에 '공산주의는 악'이라는 생각이 굳게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느 쪽이 먼저였든 간에, 결국은 부패 혐의는 처벌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과는 같다. 아마도 전쟁까지 치른 역사가 그 딜레마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이번 적폐 청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적폐 청산'은 시대정신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지금 그것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참으로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