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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선의 탄생 - 대커 켈트너

thinknew 2016. 2. 21. 20:13

이 책의 주제는 과학자가 전하는 '성선설'이다. 철학에서 거론되는 성선설 또는 성악설은 단지 사변적 추론에 의한 명제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선설은 충분한 과학적 설명이 따른다는 점이 다르다. 진화론은 보수, 진보 양 진영에서 모두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진영에서는 진화론이 위대한 존재인 인간을 동물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시켰다고 반발한다. 한편 진보 진영은 인간이 지닌 악의 요소들이 유전자에 이미 존재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격렬하게 비판한다. 이런 이유로 진화론에 대해 알아보기를 꺼려하는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저자는 성선설을 주장한다. 저자는 진화론자여서 앞의 설명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유전자 결정론이 득세할 때 인간이 지나치게 이기적인 존재로 고정되는 것을 우려하여 타고난 선의 요소를 강조하는 것 뿐이다. 저자는 또 책의 서두에 공자의 '인' 개념을 거론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동양 철학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왜 뜬금없이 공자의 인 사상을 거론하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긴 하지만 그게 타고난 선의 요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므로 그냥 저자의 취향 정도로 보아주어도 무방하다.

저자는 인간의 사회성에서 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Thomas Scheiling 저서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 1963>에서 ........  셸링에 따르면 매우 중요한 거래(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나 위험한 사업 투자를 통한 상호 이익, 외교관과 협상가의 전략적 위협) 진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진정성 문제는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상호 간의 장기적이고 책임있는 관계를 위해 자기이익에 기초한 행동 과정(모종의 제안, 동료를 희생시켜 이익을 얻을 있는 기회, 회사 주주에게 거짓 보고를 기회 ) 포기해야 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일시적, 쾌락 추구적, 근시안적인 자기이익을 초월해야 한다."
"우리는 누가 우리에게 진심을 다하는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하며, 장기적 유대관계를 맺을 만큼 도덕적 성향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관계에 충실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가질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렇지 않을 사람이 누구인지,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고 자기이익을 추구하려고 관계를 희생시키지 않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바로 감정이다. 감정 경험의 본질 자체(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절대성, 뜨거운 열기, 긴박성) 지닌 힘이 자기이익의 근시안적인 계산을 쉽게 압도하여, 우리를 장기적인 유대관계에 반드시 필요한 진정성, 일부일처제, 공정성, 의무와 책임을 존중하게 만든다. 죄의식이라는 마음의 고통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가장 아끼는 관계를 복구하게 도와준다. 연민이나 경외감이 안겨주는 강력한 느낌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손해인지 이익인지 따지지 않고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행동하게 이끌어준다."

철학적 전통에서는 이성을 감정보다 우위에 놓고 추론해 왔으나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하이트는 수천 세대에 걸쳐 인간의 사회적 진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도덕 직관이 날카롭게 발달되어 연민, 감사, 당혹감, 경외감 등과 같이 몸으로 나타나는 감정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감정은 도덕의 강력한 길잡이인 것이다. 감정은 우리 안에 변화를 일으키며,우리로 하여금 도덕사회의 토대, 예를 들어 공정함에 대한 관심, 의무,  미덕, 친절, 상호성을 보호하게 해주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관심이나 선행 능력이 우리 속에 내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감정 표현 중에서도 이타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열두 가지 감정은 , 혐오, 당혹감, 부러움, 두려움, 행복, 자긍심, 슬픔, 놀람, 그리고 우리가 관심 있게 살펴볼 동정심과 사랑, 감사의 마음이었다."
"동정심과 감사의 마음은 사회관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에 나서게 동기를 부여해준다."
"스테파니 쿤츠Stephanie Coontz <진화하는 결혼Marriage, aHistory> ………  책에서 쿤츠는 우리가 오늘날 결혼생활에서 저지르는 가지 커다란 실수는 바로 낭만적 사랑에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외감 속에는 자기 자신을 크게 확장시키는 신체적 표현(소름) 연결성(미주신경) 포함되어 있다. 경외감은 자기 표상self-representation 변화시켜 서로를 구분 짓는 것에서 서로를 결속시키는 것으로 바꿔놓는다. 또한 경외감은 지향적인 행동과 접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점, 쾌락에 관련된 두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경외감이 생기게 궁극적인 진화상의 기원으로 신성한 것은 사회적이다. 우리가 지닌 경이와 공경의 능력은 우리 몸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다양한 관찰 및 실험에 의해 입증된 사실들을 들어 인간은 선한 존재로 태어났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단언이 유전자의 생존 본능에 기초한 이기적 행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진화심리학에서 설명하는 것, 즉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선의 요소를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진화론에 심정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