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직전 김여정이 특사로 내려와 문데통령을 예방했을 때 전한 김정은의 말은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만났으면 좋겠다'였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들으면,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음, 회담 직전에 나눈 문대통령과 김정은의 대화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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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에게도 말씀드립니다."
"[문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전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 오늘 대화도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은 회담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께 말씀드리고"라고 했다. 그에 대해 문대통령은 '김정은의 용단'을 언급하고, '세계인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장면도 있는 그대로 보면, 김정은이 마치 연장자를 대하는 듯 문대통령을 깍듯하게 대하고 있고, 문대통령은 또 아우를 맞이하듯 살갑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장면 장면 자막에는 '문대통령께서'로 나오지만 실제로 김정은이 한 말은 여러 차례 '문대통령님'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런 장면은 도보 다리를 걸으며 두 사람이 단독 면담을 할 때에도 있었다. 인간의 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채 안된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도 있듯, 말은 들리지 않지만 말하는 태도나 듣는 태도에서도 뭔가 고민거리를 큰 형님에게 의논하고, 큰 형님은 조언을 해 주는 듯한 인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만찬 직전 처음 등장한 이설주도 형님네를 방문하는 아우댁의 처신을 가감없이 보였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남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엄청난 경제 격차를 생각해 보면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선언문에 그게 그대로 드러난다. 협상을 하면, 대개 '무엇 무엇을 위해 노력한다'라고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남북 이산가족 상봉, NLL 문제, 철도 연결 등의 경제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을 선언했다. 이건 정치색을 걷어내고 보면, '무조건 항복'에 가까운 것이다.
김정은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문대통령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북미회담에서 트럼프의 '완전한 핵 폐기' 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고, 그랬을 경우 트럼프로서도 세계의 골치거리 하나를 처리하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으니, 역시 회담을 파토낼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이건 좋은 결과를 예약해 둔 것과 같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과정을 방해하려는 국내외의 세력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긴 하나, 그동안 문대통령이 보여준 정치력이나 외교력을 고려한다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평화와 번영' 이건 한반도의 미래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용어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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