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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경향의 보도, 고질병이 도졌다

thinknew 2017. 5. 13. 18:04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약칭 '한경오'로 불리는 이 언론들을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찌라시들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문제는 이들이 공정한 경쟁에 대한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저 찌라시들과 싸우고 있는 진보 정권에 대해 '권력에 대한 견제가 언론의 사명'이라는 결벽증에 사로잡혀 정권 비판에만 몰두하느라 의도했든 않았든 간에 찌라시들과 동급으로 노는 경우가 너무 잦았다. 그게 유일하거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무너지는데 일조를 한 것은 분명한 그 진보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를 맞이하여 고질병이 도질 기미를 보인다.

경향은 유시민의 '진보 어용 지식인' 선언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경향의 눈'에서 오창민 논설위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정부 공식 명칭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지만 이른바 ‘기자실 대못질’로 알려진 사건이다. 정부 방안은 각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기자들의 공무원 개별 취재를 금지하는 것 등이 골자인데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다분했다. 노무현 정부에 사사건건 딴죽을 건 수구 족벌 언론의 폐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부 방안은 도가 지나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는 진보 언론으로부터 받은 비판이 더 아팠던 것 같다."란다. 그러면서 기사의 마무리를 다음과 같이 한다. "진실을 기록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펜이 무뎌져서는 안된다." 이런 언급들은 경향이 독자들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권력의 견제라는 언론의 비판적인 역할에 충실했는데 왜 독자들은 '참여정부를 비판했다고 분개하는가'이다. 기자실 폐쇄같은 조치에 대해 저항한 것을 아직도 권력 비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와서 더 이상 이야기해 봐야 무엇하겠는가.

이런 경향이어서 그때의 전철을 다시 밟을 조짐을 보이는 기사가 떳다. 일단 다음 기사를 보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131239001&code=910203&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돌아왔다. 9년 만이다. 2003년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우여곡절을 겪고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떠났던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돼 돌아왔다."

이 기사는 그래도 제목과 서두는 일단 우호적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기사 내용은 우려를 가장한 비판이다. 두 시간 뒤 나온 기사는 좀 더 노골적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131432001&code=91011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4 


"비정규직과 재벌개혁.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과거 참여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이다. 두 문제는 참여정부의 실패 이후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참여정부가 처음부터 비정규직 양산을 목적으로 기간제법을 만든 건 물론 아니었다. 참여정부는 분명 과거 정권에 비해 노동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실제 전문가들도 입법에 많이 참여했다. 들쭉날쭉한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사용기간 만료 후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자는 게 당초 취지였다."
"하지만 취지와 현실은 달랐다. ‘영악한’ 기업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온갖 편법 사용을 일삼았다.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하기 일쑤였다. 2년이 아닌 수차례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정부가 ‘해법’이라고 내놓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이상한’ 신분을 낳았다. 어느 것이든 고용불안정이 계속됐고, 이는 경제부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았다."
"문 대통령의 경제공약 ‘1호’인 경제민주화의 경우 재벌개혁이 핵심이다. ...... 문 대통령이 거론한 재벌개혁안의 상당수는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로 끝난 정책들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재벌 개혁'을 참여정부의 실패라고 먼저 규정한다. 이런 식이 진보 언론의 문제의 핵심이다. '나무에 집착하면 숲을 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울창하고 건강한 숲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말라 죽어가는 나무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몇몇 나무들을 비판한답시고, 숲 전체를 병들었다라고 하는 것은 찌라시들이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찌라시들은 그래서 찌라시니 기레기니 하는 소리를 듣지만 명색이 진보 언론이라면 숲 전체의 상태와 그 중 병든 몇 개는 구분할 수 있는 식견을 가져야 마땅하다. 참여정부를 지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그 참상을 보고도 그 때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면 그건 식견의 부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드러나는 조짐을 보면 그런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한경오는 정의당과 동일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의견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불공정을 일삼는 무리들과 경쟁을 논하는 어리석음 말이다. 그들은 볼테르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권력의 견제'라든가 '진보의 실현' 같은 자신들의 이상이 통할 수 있으려면 먼저 조중동을 위시한 찌라시들, 그리고 자한당의 쓰레기들을 먼저 청소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전적으로 그 입장에 설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들 편에 서는 바보짓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