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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05 생명의 떠오름 - 존 메이너드 스미스
  2. 2016.06.01 기억을 찾아서 - 에릭 캔델 3



저자인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진화생물학자로서, 주저인 '진화와 게임이론'에서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학자로 유명하다. '진화와 게임이론'을 읽으려고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번역본이 아직 없어서 대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발생유전학의 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개체로서의 생물체를 이야기할 때 그 생물체는 발생과 성장이라는 두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발생은 단세포인 난자에서 개체의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말하며, 성장은 그 이후에 어른 개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진화론은 어른 개체의 형태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어떻게 환경에 적응해 왔는가를 다루는 분야여서 발생학은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멀었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발생 또한 진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수정란이 성체가 되는 발생적 변화와, 훨씬 장구한 시간의 차원에서 단순한 단세포성 조상이 현재의 다세포성 동물과 식물로 전환되는 진화적 변화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오랫동안 인정되어왔다 ."

발생 과정에 대한 관심은 유전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발생유전학으로 자리잡게 된다. 저자는 이런 발생유전학에서의 진전과 더불어 유전학과 진화론 모두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결정론'과 '환원주의'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이러한 진보는 유전학의 발상과 기법을 발생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러한 접근법의 이면에 놓인 철학은, 유전자가 디지털 형태로 하나의 생명체를 만드는 지시사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그레고르 요한 멘델(1822~1884)로 거슬러 올라가, 수정란 안에는 특정한 신체 부위나 기관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이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이 책의 주요한 목적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혁명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또 하나의 전통도 언급하고자 하는데, 이는 발생을 전일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전통의 뿌리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의 자연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이런 전통은 '자기조직화'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며, 역동계에서 특정 부위의 발달을 조절하는 특정한 지시사항이 없더라도 복잡한 패턴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뒷받침된다."
"나는 이제까지 발생을 연구하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을 설명했다. 하나는 전체적이고 전일적이며 역동적이다. 다른 하나는 국부적이고, 환원론적이며, 정보 조절 제어라는 개념에 의존한다. ……… '프로그램 지향' 학파와 '역동계' 학파 사이에……….. 프로그램 지향 학파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성되는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유사성을 본다. 동물이나 로봇의 적응적인 행동은 세상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일어날 수 있다. ……... 반면 역동계 학파는 컴퓨터의 신경 회로망neural nets이 프로그래머에게는 확실하지 않은 방식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며', 회로망에서 특정한 결정으로 이어지는 특정한 연결들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커다란 감명을 받는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적응적인 행동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의 집합들만을 필요로 한다."


환원론과 전체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번역자인 조세형의 요약에서 더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되어 그 부분을 인용한다.
"1970년대부터 일단의 과학자들은 현대 문명을 지배하고 있는 '데카르트-뉴턴의 패러다임'이라는 기계론적이고 환원론적이며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유기체적이고 전일론적이며 비결정론적인 세계관과 과학이론을 제시해 왔다.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고 그 기전을 규명하고자 시도하는 분자생물학(발생유전학)은 유전자 결정론과 환원론에 경도되기 쉽다. 메이너드 스미스가 지적하듯, 분자생물학의 놀라운 성공은 생물학자들을 환원론자로 이끌었으며, 생물학의 다른 대안(메이너드 스미스에 따르면 괴테의 자연철학에서 비롯된 전일론적 전통)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메이너드 스미스는 시스템으로서의 과정, 다시 말해 유전자의 지시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과정dynamic process으로서의 '자기조직화self organiza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보다 정확하게는 생물학자들이 두 가지 접근 방법 모두를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80여 쪽의 짧은 분량에다가 발생유전학에 대한 내용을 압축해서 서술해 두었으므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책임에도 읽기가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발생유전학 이외의 내용에도 얻을 것이 많은 만큼 한번 읽어보길 적극 권할 만한 책이다.

참고로 저자의 핵심 개념인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에 관해 번역자가 아주 유용한 주를 첨부해 두었으므로 여기에 인용한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란 어떤 한 집단이 특정한 행동 전략을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어떤 돌연변이 전략도 침투할 수 없는 전략을 말한다. 메이너드 스미스는 매-비둘기 게임 모델을 통해 어떤 하나의 순수 전략만을 고집하는 경우에는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음을 보인 반면, 혼합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를 간단히 말로 설명해보면 이렇다. 한정된 자원(먹이, 배우자, 영토 등)을 놓고 대치하게 되었을 때 매파와 비둘기파의 전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자. 매파는 상대방이 도망치거나 자신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때까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싸우는 반면, 비둘기파는 자원을 균등하게 나누지만 상대방이 도발하면 무조건 회피의 전략을 사용한다. 이 중 어떤 전략이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을까? 매파일까, 비둘기파일까? 어느 한 집단이 매파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돌연변이 전략 비둘기파가 침투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집단 내에 매파가 대부분이므로 매파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개체는 매파를 만날 확률이 높고, 매파 간의 다툼은 각 개체에게 평균적인 손실(자원 획득 가능성을 통한 이득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에 의한 손실이 더 크다는 뜻)을 가져오게 된다. 이때 집단 내에 돌연변이 전략 비둘기파가 등장하면, 극소수의 비둘기파는 절대 다수인 매파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비둘기파는 회피의 전략만을 구사하므로 그 평균적인 손익은 0 이고(자원을 획득할 가능성도 없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없다는 뜻), 평균적인 손실을 입는 매파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집단 내에 오히려 비둘기파가 점차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비둘기파가 점차 많아지게 되면 소수가 된 매파가 비둘기파와 대치하게 될 가능정이 높아지고, 이 경우 매파가 얻는 이득이 크므로(매파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 없이 무조건 자원올 획득하므로 자원을 균등하게 나누는 비둘지파보다 이득이 두 배가 된다) 다시 매파가 많아진다. 따라서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다. 이렇듯 한 동물이 매파나 비둘기파라는 순수 전략만을 고집하는 경우에 안정되어 있지 않지만, 그 동물이 매파와 비둘기파의 전략올 혼합하여 구사하는 경우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을 간단한 수식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더구나 메이너드 스미스는 매-비둘기 게임에 '부르주아 전략'이라는 비대칭적 소유권 전략(자원에 먼저 도달한 개체는 그 자원의 소유자로서 매파의 전략을 구사하고, 늦게 도달한 개체는 비둘기파의 전략을 구사하는 전략)이 진화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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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 이어 생물학이 인간의 본성, 또는 정신의 문제에 접근하는 발견들을 계속 보자. 그 와중에 학습에 관한 내용에서는 우리에게 유익한 조언도 곁들인다.

"기억의 근본적인 특징 하나는 기억이 여러 단계를 거쳐 형성된다는 것이다. 단기기억은 동안 지속하는 반면, 장기기억은 며칠 혹은 보다 오랫동안 지속한다. 행동학적 실험들은 단기기억이 자연적으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며, 전환은 반복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역시나 완벽해지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
"예컨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같은 위대한 음악가가 그토록 위대한 것은 단지 훌륭한 유전자 때문만이 아니라(물론 유전자도 도움을 주지만) 유연한 뇌를 가졌던 어린 시절에 음악 솜씨를 익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젊은이는 화학적 기억 향상 물질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고 학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물론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해야 것이다). 학습할 능력이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 인지 향상을 위한 최선의 처방이다."
결국 대가의 처방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과거의 철학자들처럼 사변적 추론에 의하여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뇌가 학습할 수 있는 역랑은 유전자의 처방에 의해 형성된 뇌 세포에 있지만, 구체적인 학습은 뇌 세포의 시냅스 연결에 좌우되고, 그것은 다시 반복에 의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특별히 좋아지거나 일거에 천재가 되는 그런 것은 없다는 것도 분명하게 일러준다.

"새로운 정신과학의 기반을 이루는 교훈은 모든 정신 과정은 생물학적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정합적인 전체로 짜는 것은 당연히 기억이다."

그리고 역시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우리의 연구를 이끄는 핵심 원리는 정신은 뇌가 수행하는 작용들의 집합이라는 것입니다. 뇌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하고 우리의 주의를 한곳에 고정하고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놀랍도록 복잡한 계산 장치입니다."

저자는 환원론자이고, 그래서 뇌 세포의 연구를 '정신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환원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절대론자는 아니다. 여기서 과학의 장점이자 저자의 행운이 드러난다. 과학은 환원론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전체론적 논의에서 돌파구를 모색한다. 저자도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 탐구'에 있었지만 세포 연구라는 환원론적 접근법을 택하여 결국은 정신의 신비에 근접하게 된다. 저자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부분과 전체는 따로 떼어놓고 생가할 수 없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기는 하나 부분을 먼저 알지 못하고, 전체를 논하려면 결국 사변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데카르트가 물질로서의 뇌와 별개로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결국은 뇌의 물리, 화학 작용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이 책은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과정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당연히 이 책은 강력 추천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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