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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7 3차원의 기적 - 수전 배리 (2)


예전에 무협지에 심취해 있던 시절 무인들이 무술을 연마하면서 감각을 최고도로 끌어 올리기 위해 눈을 감고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수련에 대해 막연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맹인 검객에 관한 이야기도 가끔 등장한다. 영화나 소설이라는 게 과장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신경생리학에서 학습의 메카니즘을 규명한 이 후 저런 내용들은 모두 있을 수 없는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한가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최소 연령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물론 아직도 그것이 유효한 분야가 있긴 하다. 예술적 재능이나 수학적 재능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학습 메카니즘을 세밀하게 규명해 보니 성인도 여러 분야에서 나이가 듦에도 불구하고 학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 신경과학자가 자신의 변화를 통해 저 통설을 깨부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한다. 이 포스트에서 요약할 책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사시(속칭 사팔뜨기)로 태어났다. 3차례의 수술에 의해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눈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장애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입체맹'이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자의식이 생기기도 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물을 입체로 보는 '입체시'를 가지기 때문에 '입체맹'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입체맹'인 사람들도 사물을 입체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선천적인 사시로 인해 수술 후에도 '입체맹'인 상태로 살다가 사십이 넘어서 '입체시'를 학습하게 된다. 그 과정을 마치 자서전 쓰듯 서술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과학책도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저자는 신경과학자다. 그래서 그 과정을 단지 소설 쓰듯 서술해 놓은 것이 아니라 신경과학적 분석을 비슷한 비중으로 서술해 놓아서 신경과학에 관한 과학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


입체시를 배우면서 저자가 느끼는 감정을 요약할 수는 없다. 그건 독자들이 직접 읽어 보길 권하고, 여기서는 신경과학적 내용을 요약한다.

"사실, 뇌의 중요한 기능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든 감각 입력에서 오는 정보를 전체적인 하나의 지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검안의 스케핑턴은 1900년 대 초) 시각이란 좋은 시력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대신 시각은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는 학습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헤링은 우리가 공간에서 사물의 위치를 찾는 능력은 타고난 것이며, 두 망막에 상이 맺히기 때문에 생기는 자동적인 결과라고 믿었다. 그래서 헤링은 '본성'이 우세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헬름홀츠는 공간 지각은 자동적으로 생기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학습된다고 주장했다. 지각하는 것은 정신적 행위이며, 우리의 두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그는 썼다. 따라서 '양육', 다시 말해 경험과 학습이 우세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각에 관한 '본성' 대 '양육' 논쟁에 관한 것이다. 지금은 둘 모두 작용한다는 것으로 통합되었다.

"아이들(행동이 어른들 보다 덜 굳어진)은 단순히 지시를 따르기만 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어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를 주의깊게 생각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당신의 습관과 당신이 늘 세계와 협상해 온 방식을 바꾸려면 엄청난 각성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이런 강도높은 집중을 계속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일단 우리가 세계를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법을 알게 되면, 새로운 습관이 낡은 습관의 자리를 대신한다."
"21세기에 이뤄진 연구는 성인의 신경계에 있는 회로도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경계의 회로는 오직 행동을 통해 중요한 자극을 줄 때 다시 배선되었다. 반면, 영아의 신경계는 (자극이 매우 강하거나 충분히 반복되는 것이기만 하다면) 어떤 자극에도 반응해서 연결망을 바꿀 수 있었다."
"성인의 뇌에서 재배선이 일어 나려면 능동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닷새만 장님으로 지내도 촉각계와 청각계에서 오는 입력이 (항상 존재했지만 보통 약하거나 조용했던 연결들을 통해) 시각겉질을 활성화한다고 여겼다. 물론 시력이 복원되면 이 연결들은 다시 한번 가려졌다."
이러한 발견이 이 포스트의 서두에 언급했던 눈감고 훈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시각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청력이나 촉각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시각이 사라졌을 경우 청력과 촉각이 예민해 진다 하더라도 그런 감각들 만을 통해 숙달된 행동은 시각을 통해 숙달된 행동을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맹인의 상태를 공감해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눈 감고 하는 훈련은 의미가 없다. 현대의 스포츠 선수들이 눈 감고 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Posted by thin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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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아하자 2016.09.07 1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런 내용과 비슷한 책을 한번 내 볼까 고민중인데... 사실 저도 장애가 있거든요. 입체맹보다 훨씬 흔한 병이고 심각한 병이에요... 문제는 첫 책을 질병과 관련된 걸로 내면 인기를 별로 못끌어서 나중에 다른 책을 출판할 때 걸림돌이 될까봐... ㅠㅠ

    • thinknew 2016.09.07 1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진화심리학을 알아 가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입니다. 첫 책을 무엇으로 먼저 하는 것이 좋은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먼저 쓰고 싶은 것부터 쓰고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