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관계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나면 이제는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다. 문제는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은혜이고,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는 무엇이 우선 순위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딜레마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드물게 이런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집에 불이 났는데 불길 속에 노모와 중학생이 아들이 같이 갇혀있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노모를 먼저 구하느라 자식을 잃은 사람을 칭송하는 기사를 조선일보가 썼다. 그 조선일보가 오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528030716689
"우리나라 부모들의 절반가량은 "자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양육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랫동안 자식을 품에 안고 살겠다는 생각은 차츰 엷어지고 있다."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라는 답변은 2003년 32.1%에서 2006년 27.0%, 2009년 23.1%로 줄더니 2012년엔 20.4%까지 낮아진 데 비해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는 응답은 2003년 40.2%에서 9년 만에 9.4%포인트 올랐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라는 응답도 2003년(8.3%)에 비해 2012년(8.9%) 소폭 늘었다. 이 연구는 2003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보사연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를 보면 어느 언론의 주필이 '국민들은 개, 돼지와 같아서 가만 두면 다 잊어먹는데 뭐하러 그런 여론을 신경쓰나'하는 대사가 나온다. 영화에서는 어느 언론사라고 나오진 않지만 그 모델이 조선일보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와 더불어 독자들을 교육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꼴통 신문이다. 이런 신문들이 한자 교육을 주장하고, 되먹지도 못한 전통도 미풍양속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이 기사 내용을 조사한 곳은 보건사회연구원이란 곳이다. 보사연이 이 내용을 왜 조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만 그 내용을 보도한 매체들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조선일보와 도찐개찐인 동아일보는 아예 기사 부제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붙여 놓았다.
아무튼 저 조사 내용이 뭐가 문제인지를 한번 따져 보자. 자식을 결혼까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결혼식을 올려주고 혼수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중, 상류층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의 노후 준비도 되어 있어서, 비슷한 동류들끼리 만날 때는 '나는 자식 덕을 보고 살진 않겠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식을 결혼까지 시키든 대학까지만 시키든 그게 무슨 문제인가.
정작 저런 조사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자신들의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자식들이 부양하지 않으면 바로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노인층들이다. 정년을 두고 벌어지는 계층 갈등 문제, 청년 실업 문제, 고령화로 인해 사회에 진입하는 초년병들의 부담이 점점 증가하는 국민연금 문제 등 저런 조사에서 읽어내야 할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닐텐데, 제한된 집단들의 할 필요가 없는 우려에 기댄 저런 기사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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