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현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살균제 제조사 사장이 공식 사과를 하고, 살균제 유해성 테스트 결과를 은폐한 혐의로 서울대 교수가 구속되었단다. 관련자가 구속까지 되었으니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법이 판결을 내릴 일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난데없이 유서가 등장한다. 뉴스 기사에 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을 맡았던 서울대 교수가 유서까지 작성했었다며 검찰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교수의 변호인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고등검찰청 인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가 유서를 작성하게 된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조사에서도 마찬가지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그렇고 옥시를 위해 실험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조 교수의 주장을 거짓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결백함을 죽음으로라도 입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이 죄가 있고 없고를 가릴 때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증거 뿐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고인이 '유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언론에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에 나온 대로의 변호사의 이야기로 보면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데 기사의 제목은 '억울함 호소'로 되어 있다. 변호사가 정말 '억울함을 호소'할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변호사의 발표를 기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해석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긴 하다. 문제는 '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느냐이다. 억울하다는 것은 피고인이 무죄라는 뜻이다. 그런데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항상 적용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을 적용하므로 구속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는 유죄라고 보는 것이 아니므로 재판 과정에서 증거에 입각하여 무죄 항변을 하면 될 일이다. 여기에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무슨 상관이 있나?
재벌들이 구속되면 꼭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아니면 병원에 입원하든지. 이런 행태는 판결에 정서적 영향을 미치려는 꼼수에 해당된다. '유서를 작성했다'고 흘리는 것도 마찬가지 행태이다. 변호사의 언론 플레이인지 아니면 기자들의 무개념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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