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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음은 어떻게 오작동 작동하는가 - 카루나 케이턴

thinknew 2017. 5. 1. 17:00


명상은 종교적 수련에서 출발했지만 현대인들의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수행자들이 경험적으로 알게 된 지식을 신경생리학은 확인해 준다. 매튜 리버먼의 '사회적 뇌 - 인류 성공의 비밀'에서 "명상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온은 뇌와 신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이고 신경인지적인 과정들의 결과이다."라고 밝혀 놓고 있다.

과학은 명상의 효과를 확인시켜 주지만, 실제로 명상을 수행하는 수련자들은 '인간의 본성의 추구'라는 증명되지 않은 무언가를 향해 있다. 그리고 불교와 힌두교 계통의 신비주의 종교에서 득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그 효과의 근원을 종교에서 찾는 경우가 흔히 있다. 바로 여기에 옆길로 샐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행자들이 하는 만큼, 명상을 고도로 수련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답은 명상 상태가 보편적으로 되었을 때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를 추론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모든 사람이 명상 수련을 고도로 행하면 개개인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 인류의 문명은 붕괴될 것이고, 그 끝은 인류라는 생물종의 멸망이다. 불교에서는 세속의 인연을 끊어내는 것을 수행의 목표로 삼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행자가 수련하는 동안 누군가는 밥을 해 주어야 한다.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사회성을 완전 차단한 상태라면 들판에서 홀로 살아가는 어떤 동물을 가정할 수 있지만, 사람이 그런 상태에 놓이면 명상 수련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명상이란 정신 건강에 좋은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오류다. 다음 책은 바로 이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심리상담사이다. 명상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그 깨달음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런 저자도 명상 효과의 근원을 불교로 보고 있다.
"불교가 마음의 본질에 대해 보편적 진실을 밝혀냈기 때문일 겁니다."
"불교에서는 자아가 왜곡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둡니다. 이로써 지혜가 구현되고, 지혜야말로 불편한 정서와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해독할 열쇠니까요."


저자가 명상을 통해 경험적으로 알게 된, 다음과 같은 내용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현실의 본성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람이나 사물, 사건 심지어 사고와 감정까지 모두 제각기 독립적이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거듭 말하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고통의 원인이 되는 세 가지 파괴적인 정서를 설명했습니다. 반감, 집착, 무지가 그 세 가지죠. 이 세 가지 정서는 다시 … 세 가지 조건 즉, 육체적인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삶은 변화의 연속이며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현실의 진짜 본성을 모른다는 것과 연결됩니다."


현대 심리학은 과학의 한 분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심리학을 언급하면서도 과학 이전의 심리학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심신이원론'에 의존해서 설명을 시도한다.
"즉, 생명체는 '형체 또는 몸'과 '마음'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마음은 비원자적, 비물질적이 어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며 냄새를 맡거나 만지거나 맛을 볼 수도 없습니다. 또한 마음은 정서, 느낌, 생각, 환상, 꿈, 심사숙고, 기분,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 전부를 포함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의식적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생각들이 흔히 우리의 '자아'를 이룹니다. 그러나 지각 아래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도 무수한 인상과 평가가 존재하며, 이것들 역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의식과 마찬가지로 '마음 속에' 있습니다. 감각은 끊임없이 인상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그중 일부입니다. 이런 '마음'을 규정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마음을 '모든 경험의 주체'라고 보는 것입니다." "'내면 어딘가' 또는 '온몸에 걸쳐서'라는 흔한 말 빼고는 마음의 위치를 정확히 가리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형체없는 인식을 몸과 동일시할 수는 더욱 없습니다."

저자는 가끔 과학적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기도 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뇌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며, 실제로 뇌의 신경회로가 새로 연결되기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말은 마음 훈련을 신경회로의 변경 및 재배치라는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윤리와 도덕은 자연스레 정신 건강과 함께 갑니다. 이 말은 '옳은' 행동인지에 대한 확신은 자신의 심리에 대한 이해에서 옵니다. 윤리적인 행동이라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 건강에 보템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명상 효과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정신은 육체와는 별개'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지만, 명상 효과는 분명한 것이므로 저자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방법론은 관심을 가진 만하다.
언제 어디서나 하루 10분 마음 훈련
1. 하루 일과 시작하기 전에: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 세기
2. 내 마음 구경하기: 아이가 초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듯이
3. 차 안에서: 신호대기 때마다 대상 관찰하기
4. 메모하기: 한 시간 동안 내가 느낀 모든 것
5. 꽉 막힌 도로에서: 눈앞의 현실 '해체'하기
6. 실험: 스스로 불편해짐으로 '정신 근육' 단련하기
7. 여유로운 시간에: 나는 어디서 왔나?
8. 잠자리 들기 전에: 하루의 내 모습들에 이름표 붙이기
9. 동요하는 마음에 숨은 것: 사소한 것을 좇는 마음 깨닫기.
10. 측은지심 기르기: 시선을 타인과 세상으로


종교는 믿는 자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분명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절대화되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데 명상이 유용하긴 하지만, 저자는 그 효과의 근원을 불교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명상을 수련의 수단으로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