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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협력의 진화 - 로버트 악셀로드

thinknew 2016. 6. 11. 17:12


진화심리학이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장벽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타적인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였다. 또 게임이론에서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이타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더욱 미스터리였다. 이것을 고심하던 사회학자 로버트 악셀로드는 죄수의 딜레마가 200번 반복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때 가장 우수한 전략이 무엇일까를 알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12개 팀의 사회학자, 수학자들로 부터 전략을 제공받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아주 단순한 전략인 tit-for-tat, 즉 '받은대로 갚아주는' 전략이 우승했다. 이 결과를 공표하고, 일반인들까지 포함한 60여개 팀으로부터 다시 전략을 제출받아 동일하게 시뮬레이션 해 보니 역시 tit-for-tat 전략이 우승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악셀로드는 '협력의 진화'라는 책을 출판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악셀로드는 이 연구 결과로 부터 진화심리학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무조건적인 배반의 세상에서도 협력은 일어날 수 있다. 상호작용할 기회가 없이 널리 흩어져 있는 개인들의 시도로 부터는 협력이 생길 수 없다. 식별력있는 개인들의 작은 무리로부터, 이들이 작은 규모로 나마 상호작용하기만 하면, 협력은 창발된다."
전통적인 윤리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이타적인 행위(여기서는 협력)가 도덕성을 바탕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악셀로드는 협력 행위가 나타나는데 반드시 도덕성이 개입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우승한 tit-for-tat 전략이란 아주 간단한 것이다. "먼저 협력하라.(이게 중요하다. 시작은 반드시 협력으로 해야 한다.) 그 이후로는 받은대로 갚아라.(상대방이 혐력하면 협력으로 대응하고, 상대방이 배신하면 배신으로 대응)" 이런 전략은 사회에 널리 통용되고 있다. 특히 상거래에서 많이 나타난다. 상거래가 정확하게 죄수의 딜레마 상황인 것은 아니지만 두 존재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먼저 물건을 사 보고 그 이후 품질이 나쁘면 그 제품을 다시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제조사를 응징하는 것, 먼저 광고 계약을 맺고 나서 효과가 신통찮으면 추가적인 광고 계약을 배제함으로써 응징하는 것, 먼저 고용하고 역할이 신통찮으면 해고함으로써 응징하는 것 등이 모두 tit-for-tat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tit-for-tat 전략이 강력하다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 사실들을 밝혀냈다.
"학습, 모방, 선택은 모두 인간사에서도 작동하며 상대적으로 덜 성공적인 전략이 점차 도태되는 과정을 진행시킨다."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비교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기준은 보통 상대방이 거둔 성공이다."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따지는 것은 상대방을 스러뜨리고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닌 이상 좋은 태도가 아니다."
"비제로섬 원리가 작동하는 이 세상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매 게임마다 상대방보다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 오랜 시간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성공이 사실상 내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먼저 배반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는 관계가 짧을 때 뿐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의 협력에 협력으로 갚지 않을 때도 그렇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너무 영악하면 손해"
"공평함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호혜주의에 입각한 수 많은 전략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이다."
"과거에 상호작용했던 상대를 알아보고, 그 상호작용이 어떠했는지 관련된 특성을 기억하는 능력은 협력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협력의 기초가 되는 것은 사실 신뢰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협력이론의 기본적인 결론은 고무적이다. 이 이론은 아무도 협력하지 않으려고 하는 세상에서도 기꺼이 협력을 주고 받으려는 아주 작은 무리에 의해 협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협력이 번성하기 위한 핵심 요건은, 첫째, 협력이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할 것, 둘째, 호혜주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미래의 그림자가 충분히 클 것."

"Tit-for-tat 전략이 상대보다 결코 더 잘하지 못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성공한다는 사실"을 보인 이 책은 마땅히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