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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틀리지 않는 법 - 조던 엘렌버그 I

thinknew 2016. 12. 1. 18:03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수학에 대해 염증을 내어보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들 중에는 수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분들도 가끔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학은 정말 왜 필요한 것일까? 사람들이 어렴풋이 나마 수학적 배경을 가진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여론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카지노의 도박도 확률론이라는 수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공계로 진학한 대학생들 조차도 미적분, 확률 통계, 이런 수학적 개념들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고, 그게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상황은 이러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수학이 없어질 기미가 보이기는 커녕 더욱 강화되는 것을 보면 정말 필요하기는 필요한 모양이다. 그것을 설명해 줄 사람, 또는 책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흔치는 않다. 그 흔치않은, 수학을 설명해 주는 책이 있다.


직전의 '앵무새의 정리' 요약 포스트에서 수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역사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응용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 제목은 '틀리지 않는 법'이지만 소 제목은 '수학적 사고의 힘'이다.

저자는 여느 수학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수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주듯 글을 시작한다.
"수학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깊숙이 얽혀 있어. 그리고 수학은 네가 어떤 일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 수학을 아는 것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겉모습 아래에 숨은 구조를 보여 주는 엑스선 안경을 쓰는 것과 같아. 수학은 우리가 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이고, 그 기법들과 관습들은 수백 년에 걸친 고된 노력과 논쟁을 통해서 밝혀진 거야. 네가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있게 이해할 수 있어."
"사람은 늘 추론을 한다. 세상을 묘사한 정신적 표상 속에서 밀치락달치락 경쟁하는 여러 이론들을 평가하기 위해서, 관찰을 이용하여 늘 그것들에 대한 판단을 다듬는다."


그러면서 수학에 관한 실제적인 이야기와 개념적인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섞어 가며 설명을 이어간다. 실제적인 이야기인 예화들은 요약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독자들이 직접 읽어 보기를 권하고 수학적 개념들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요약한다.
"수학은 어떤 일이 행해지는 다른 방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특정 방식으로만 일어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비선형적 사고방식에서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는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수학적 삶에는 기본 규칙이 하나 있으니, 세상이 당신에게 어려운 문제를 건네면 그 보다 좀 더 쉬운 문제로 바꿔서 풀어 본 뒤 그 단순화한 버전이 세상도 반대하지 않을 만큼 원래 문제와 충분히 비슷하기를 바라라는 것이다."
"어떤 실험을 무수히 반복하면 그 결과가 고정된 평균값으로 귀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이 아니고, 확률에 관한 수학적 연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통찰이다. 일찍이 16세기에 지롤라모 카르다노가 이 원리를 형식적이지 않은 형태로 적시했는데, 다만 여기에 '큰 수의 법칙'이라는 간명한 이름을 붙인 사람은 1800년대 초의 시메옹 드니푸아송이었다."
"벼락에 맞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확률이 대단히 낮은 일이지만, 그래도 세상에서는 누군가에게 늘 그런 일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사람이 많고, 그 중에는 복권을 사는 사람이나 폭풍우 속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이나 심지어 둘 다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란 대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놀라움이 사라지는 법이다."
"무언가가 불가능하다는 것과 확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은 전혀 같지 않다. 비슷하지도 않다. 불가능한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지만, 확률이 낮은 일은 많이 벌어진다. 이것은 곧 우리가 '낮은 가능성으로 귀결하여 증명하는 기법'처럼 확률이 낮은 어떤 현상에 대한 관찰로부터 추론을 끌어내려고 시도할 때 우리의 논리적 발판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데이터를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결과의 정확도가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향상되는 수학 문제들이 많다. …… 한편 어떤 문제들은 일기예보와 좀 더 비슷하다. 일기예보는 풍성하고 자세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연산력이 둘 다 크게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상황이다."
"수학적 접근법은 우리가 타고난 정신적 이해를 형식화한 것일 뿐이며,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일 뿐이다."
"미지의 것은 우리의 진행을 가로막는 바닷속 바위와 같다. … 오늘날의 수학은 수도승적 사색(순수한 추론)과 다이너마이트로 날려 버려는 작업(직접 검증하는 것)이 섬세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세상에는 알려진 미지의 것과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이 있으며 두 가지는 다르게 다 뤄져야 한다. …… 결정 이론 문헌에서는 전자에 해당하는 미지를 위험이라고 부르고 후자는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위험한 전략은 수치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불확실한 전략은 엘즈버그가 보여 주었듯이 형식 수학의 분석 범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바로 수학에 복잡한 개체는 아주아주 많은 데 비해 단순한 개체는 아주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 해답이 수학적으로 단순하게 묘사될 경우, 그 해답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의 종류는 몇 개 밖에 없다. 그러니 가장 단순한 수학적 개체들은 온갖 종류의 과학 문제에서 해답으로 중복 근무를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방에 널려 있을 수 밖에 없다."
"우아하지 않은 공리는 바닥에 진 얼룩과 같다. 오가는 데 지장을 주진 않지만 보고 있자면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바닥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것을 문질러 닦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인다."


수학적 추론을 통해 종교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신 없는 세상이 현재의 세상처럼 생겼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이유에서 신의 존재가 수학적으로 증명된다고 우기는 소위 '창조 과학자'들"
"다윈은 우리가 목적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도 발전을 얼마든지 유의미하게 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골턴은 우리가 바탕의 원인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도 연관성을 얼마든지 유의미하게 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추론으로는 신의 존재에 관한 결론에 다다를 수 없다는 사실"


비슷하게 검증되지 않은 대체 의료의 문제점도 간력하게 언급한다.
"우리 몸은 영향과 통제의 복잡한 되먹임 순환을 통하여 모든 부분들이 다른 모든 부분들에게 말을 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암을 발생시키거나 예방한다."
따라서 특정 물질이나 처방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은 충분한 수학적 유의성 검증을 거친 경우가 아니라면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과학 연구의 일반에 대해서도 역시 간략하게 언급한다.
"망원경이 할 일을 쌍안경에게 시켜선 안 되는 것이다."
"관행의 가치는 연구자들에게 약간의 규율을 부과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지를 각자 자신의 선호에 따라 결정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