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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천안함 생존 장병, 명예일까? 수치일까?

thinknew 2018. 3. 31. 10:00

천안함 사건 일년 뒤 이명박이 한 행동들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이라는 자가 KBS 추적 60분 '천안함 의문' 방송에 항의하는 일인 시위를 했단다.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는 만큼 한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는 자유이다.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타당하다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우길 수는 없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이 인간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천안함 유족회라는 집단이 김영철의 방남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한 적도 있긴 하다. 아무튼 이 인간이 시위를 하는 내용을 보면, 이게 좀 황당하다. 일단 그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80330120036807


"전준영(31·사진)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회장은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의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지난 28일 방영)이 진실을 왜곡하고 음모론을 편파적으로 방송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 회장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생존 장병을 출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정작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만 방송에 내보내 화가 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회장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과 관련한 어떤 의혹에 대해서든 우리에게 물어봤다면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왜 방송국에서 연락조차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8년 전 천안함 피격에서 살아남았던 전 회장은 특히 “생존 장병들은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했고 5명을 제외하면 국가유공자도 탈락했다”며 “생존 장병에 대한 대우가 바로잡혀서 명예를 찾고 아이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까지도 극성을 부리는 괴담과 음모론에 대해 전 회장은 “(북한의 소행이 아님을) 의심하는 것은 얼마든지 존중하지만,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내가 피부로 느꼈던 상황은 의심할 만한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국인의 정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죽은 자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단 천안함 사건으로 사망한 장병들에 대해서는 조의를 표한다.

사망한 장병들을 제외하면, 그 장병들의 유족들이나, 생존 장병들은 사건의 직접 당사자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할 수는 있지만, 자신들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권리는 없다. 천안함 유족들이 김영철이 방남할 때,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며 방남을 반대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시위를 했다가, 자한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김영철보다 더 고위직인 북한 인사를 환영했다는 것이 드러나고는 지금 잠잠해졌다.

그런데 더 황당하게도 천안함 사건의 생존 장병이라는 자가 명예를 되찾겠다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명예를 되찾겠다고? 만약 자신들의 논리에 따르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인간이 도리어 명예를 되찾겠다고 나서는 이 황당한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 분명하단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적이다. 그런데 군사 훈련 중에 그 적군의 어뢰에 공격당해 침몰했다는 이 방어 실패에 무슨 지켜주어야 할 명예가 있다는 것인가?

또, 천안함 사건의 생존자라고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천안함 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서, 직접 당사자는 상황을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당사자라고 해서 그 사건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것은 당사자라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도 그 정보를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당사지인데 나에게 묻지 않고 의혹만 제기한다"라고 시위한다.

천안함 유족들이든 생존 장병들이든, 시위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신들은 무고한 피해자'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서는 안된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몰고간 장본인인 이명박은 지금 국가 기관을 동원하여 여론 조작을 일삼았다는 죄목(물론 그것만인 것은 아니지만)으로 지금 구속되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인간이 벌인 일이라면 의심을 하고 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태도이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말을 기준으로 '자신들은 피해자이며, 보상을 받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이걸 보면 이제 대한민국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로 되돌아 왔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그들대로 떠들고, 진실은 진실대로 규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