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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진화의 미래 - 크리스토퍼 윌스

thinknew 2016. 9. 21. 17:36


진화론은 이제 이론이 아니라 사실이다. 물론 그 이야기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여러 과학자들이 창조론을 적나라하게 논파하였지만 아무튼 믿음이란 사실에 앞서는 것이어서 달리 도리가 없다. 진화론을 거부하는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시비를 붙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진화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화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과학자들도 흔쾌히 인정하는 바다. 문제는 그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진화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설명에서 논란이 있다는 것뿐이다. 다양한 가설들이 진화론 내부에 존재하고, 그것들은 검증과 반증을 거쳐 결국은 하나의 가설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것이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이다. 논란이 있는 가설 중에 하나는 이런 것이다. 한동안 약 1만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진화는 멈추었다는 주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의 진화가 멈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되고 있다는 가설이 있다. 이런 가설들이 논란이 되던 것은 지금부터 10여년 전이고 지금은 가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의 초창기 버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진화의 미래'이다.



지금은 유전자-문화 공진화가 주류 학설이다. 저자는 이 학설의 초기 주장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진화생물학, 생태심리학, 고생물학 등에서의 발견들을 종합하여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가 미래에 서로를 가속적으로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이 주장이 전개되는 과정은 앞서 소개한 포스트에서 대부분 요약된 내용들이라 이 책을 새삼스럽게 요약할 필요는 없겠다. 이전 포스트들에서 빠진 부분들을 중심으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유전자 풀은 빈도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매 세대마다 재조합되는 대립유전자들의 복잡하고도 동역학적인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선택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선택은 어떤 종류의 변화들은 가속시키지만, 어떤 변화들은 지연시킨다. 신체와 마음의 진화에서 우리는 혁명주의자였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의 이 조각에서는 우리는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던 것처럼 보인다."

"생태학자들은 동식물종들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나눈다. ... 고릴라와 같은 스페셜리스트들은 좁은 생태적 적소에 제한돼 살아간다. 만약 우연히 고릴라들을 다른 대륙이나 아프리카의 다른 지방으로 옮겼을 때, 그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번식해서 많은 고릴라들을 양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많은 동식물종들(제너럴리스트들)은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 제너럴리스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종은 아마도 인간일 것이다."

"어떤 유전자들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것들은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아니다."

"우리의 두뇌는 정말로 훌륭한 기관이지만, 우리 주위의 환경은 두뇌가 그 잠재력을 완전히 펼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글을 마무리짓는다.
"우리는 유전자 엘리트가 아니라 방대한 유전자 민주주의에 의해 모양이 빚어져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므로 한 때는 가설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가설로 바뀌거나 정설로 굳어지곤 한다. 이 책에서 주장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지금은 훨씬 정교한 형태로 가다듬어졌으며 정설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