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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 윌리엄 제임스

thinknew 2016. 8. 5. 22:26


저자는 심리학 원론이라는 방대한 저작을 출판한 1800년대 말의 심리학자이자 종교철학자이다. 나 자신이 심리학 원론을 읽기 위해 도전했다가 2400쪽이나 되는 분량에 질려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저자에 대한 나의 판단은 현대 심리학을 정립한 사람이었다. 심리학에 대한 방대한 저작을 남기긴 했지만 저자의 약력에 보면 그 책을 출판한 후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시들었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심리학이 과학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는 초창기에 일정 정도 기여를 한 인물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런 저자가 종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좀 애매하다. 우선 분양이 600쪽이 넘는데다 과학적 실증이 아니라 철학적 논증이어서 논리구조가 아주 복잡하다. 그리고 종교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섞은 줄타기 논증을 하고 있어서 종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나 부정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논거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 어느쪽으로든 종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읽으려고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자신을 심리학자로 소개한다.
"나는 신학자도 각 종교의 역사에 능통한 학자도 인류학자도 아니다. 심리학만이 내가 특별히 숙달되어 있는 학문 분야이다. 심리학자에게 인간의 종교적 성향은 적어도 인간의 정신적 구조에 속해 있는 여타의 사실들만큼이나 흥미를 준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처럼 온전히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서술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도 결국 인간 심리의 산물임을 논증한다. 저자도 전통적인 철학적, 신학적 설명들은 사변에 불과하다고 인지했지만 과학적 설명을 위한 자료가 태부족인 상황에서는 결국 전통적인 논증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음은 전통적인 철학적, 신학적 설명들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다.
"종교철학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그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론을 세우는 사람은 항상 그 자료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철학과 종교에 횡행하고 있는 절대론이나 독단론의 뿌리이다."


저자는 먼저 광신 또는 맹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사실상 배타적인 종교적 삶은 그런 삶을 따르려는 사람을 예외적이고 이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조지 폭스… 그가 창시한 퀘이커교 …… 그의 신경조직에 대한 관점에서 볼 때 폭스는 최악의 정신병자이거나 미치광이였다."


그러면서도 종교를 일단 인정한다.
"즉각적 직관을 통한 기원, 교황의 권위를 통한 기원 환상, 환청 또는 설명할 수 없는 인상에 의한 초자연적 계시를 통한 기원, 예언과 경고로 그 자체를 표출하는 고차원적 영에 직접적으로 사로잡힘을 통한 기원, 일반적으로 자동발화를 통한 기원 - 이런 기원들은 우리 종교사에서 대표적인 견해들로서 진리의 보증수표들이 되어왔다."

저자는 이 강연을 하는 목적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한다.
"종교적 삶의 결과들이 종교적 현상에 대한 우리의 최종적인 영적 판단의 근거라면 도대체 왜 종교적 현상의 조건들을 아주 사실적으로 연구하겠다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것인가?", "왜 단순히 병리학적 질문들을 생략해버리지 않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대답하겠다. 첫번째 대답은 억제할 수 없는 호기심이 사람을 절박하게 그런 식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대답은 어떤 물체에 대한 과장과 곡해, 다른 곳에서는 그 물체와 동등한 등가물과 대치물, 그리고 가장 밀접한 관계물을 생각하는 것이 그것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물체의 열등한 부분에 퍼부었던 대대적인 비난으로 그 물체를 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조적으로 그 물체는 특별한 타락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움으로써 그것의 장점을 더욱 더 정확하게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줄타기 논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종교적 현상이 인간 경험 가운데 가장 귀중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곳보다 더 높은 곳에서 확증받았을지라도 너무나 많은 종교적 현상의 정신병적 기원에 대한 논의가 결코 놀랍거나 당황스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유기체도 그것의 소유자에게 진리의 모든 것을 제공해 줄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결단력이 없거나 심지어 병들어 있다. 그리고 우리의 허약함은 예기치 않게 우리를 돕는다. 정신병적 기질 속에서 우리는 도덕적 인지에 필수불가결한 감정을 갖는다. 우리는 어느 것이 실제로 도덕적인 활력에 본질적인지를 강조하기 위한 강렬함과 성향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감각적 세계의 표면을 초월해 있는 존재에 관심을 갖게 해 주는 형이상학과 신비주의에 대해 애정을 갖는다."
"감정과 특별한 종류의 대상이 합쳐져 형성된 구체적인 마음의 상태, 즉 종교적 감정은 여타의 다른 구체적인 감정과 구별되는 심리적 실체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적 경험에 예외없이 나타나는 기본적인 정신적 감정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단순히 추상적인 종교적 감정을 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처음부터 우리는 종교의 영역을 나누는 하나의 커다란 구분에 의해 충격을 받았다. 그 영역의 한편에는 제도적 종교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개인적 종교가 있다. 사바티에(M.P. Sabatier)가 말하듯이 종교의 한 영역은 선을, 다른 한 영역은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낸다. 예배와 희생, 즉 신의 섭리에 작용하는 절차들, 신학과 의례와 교회조직은 제도적 영역에서 보면 종교의 본질적 요소들이다."


이 책이 기포드 강연 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출판한 것이고 보면 저자가 의식했든 아니든 종교를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저자의 생각이 종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려는 입장도 아니어서 저렇게 줄타기 논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참고로 기포드 강연에 대해 마이클 가자니가의 '뇌로부터의 자유'에 인용되어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덤 로드 기포드Adam Lord Gifford, 철학과 자연신학에 남다른 열정을 지녔던 19세기 에든버러 변호사이자 판사였던 그의 요청과 기부 덕에 기포드 강연은 1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또 저자는 종교 감정을 인정(현재는 실재함이 인정되어 있다.)하지만 그것이 신으로부터 유래했는지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해 있는지를 논증으로는 규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기도 하다. 아무튼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문답을 통하여 드러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와 다른 요소의 혼합이 반드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가정해야 할까? 정말로 모든 사람들의 삶은 동일한 종교적 요소들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바꾸어 말하면, 그렇게 많은 종교적 유형과 종파와 신조들이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단호히 '아니오'이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즉, 나는 인간 개개인들처럼 각 다른 위치와 다른 힘을 가진 피조물들이 똑같은 기능과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단 두 사람도 동일한 어려움을 공유하지 않으며, 똑같은 해결책을 궁리해 내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과 문제를 특정한 영역 내에서 받아들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다루어야만 한다."

그리고 종교 다원론을 주장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사실상 최후의 종교철학은 지금까지 다원론의 가설을 기꺼이 고려한 것보다 더 진지하게 그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도 줄타기 논증을 계속한다.
"과학은 종교의 원인과 요소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들이 다른 분야의 지식과 일반적인 조화를 이룸으로써 어느 요소가 참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몸소 열렬히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영적 존재에 관해 무지한 상태이며, 전반적으로 일반철학이 기울어져 있는 관념론적 개념들과도 실제 교류가 전혀 없는 상태이다."
"과학이 인정하는 신은 전적으로 보편적 법칙의 신이어야 한다."
"종교적 마음이 끊임없이 큰 감명을 받는 것은 자연현상들의 '공포와 아름다움', 새벽과 무지개의 '약속', 천둥의 '소리', 여름비의 '온화함', 별들의 '숭고함'이지 이런 현상들이 따르는 물리적 법칙이 결코 아니다."


논증이긴 하지만 허술하지는 않아서 '비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천하기도 애매한 그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