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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제천 화재 참사 대응에서 상식적인 세상을 본다

thinknew 2017. 12. 24. 10:29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사고로 사망자 29명, 부상자 29명이 발생한 가운데 22일 오전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제천의 한 스포츠 센터에서 불이 나 무려 29명이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같은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열악한 소방 환경 하에서도 화재 진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소방 당국에도 격려를 보낸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 사고 초기에는 사람들이 감정적 흥분에 사로잡히기 십상이어서 항의든 주장이든 합리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고의 흥분 상태가 일정 정도 진정되고 나면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야 마땅하다. 불과 얼마 전,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으로 한동안 소란했다. 사건이 막 터져 나왔을 때는 유골 발견 소식의 발표를 미룬 당사자들을 천하에 둘도 없는 역적처럼 몰아붙였을 뿐만 아니라 해수부 장관 사퇴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진상이 하나씩 둘씩 드러나면서 유족들은 '담당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면서 그 일은 진정되었다. 사건 초기의 흥분 상태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오해가 풀리고, 책임 소재도 명확해지는 것, 이게 상식적인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제천 화재 참사에서도 이런 상식적인 일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기사를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896987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감식에 참여한 유족들은 이번 화재가 열악한 소방안전 환경이 빚어낸 참사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도 "고생한 소방관, 경찰들을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매뉴얼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안전하고 사람 사는 대한민국 만들어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나던 당일과 그 이틑날까지 소방 당국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물론 여기에는 찌라시들의 부추김도 한 몫했음은 물론이다. 흥분 상태의 유족들에게 험한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창와대 참모들이 문대통령의 화재 현장 방문을 만류했음에도 "유족들의 욕이라도 들어드리는 것이 대통령의 할 일'이라며 직접 방문을 했고, 실제로 황당한 소리까지 들었다. 유족과 문대통령이 대면한 현장에서 갑자기 세월호를 들먹이며 "박근혜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본질에서 벗어난 항의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소리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기에 그러려니 해야 마땅한 일이겠다.

온갖 비난이 난무하는 가운데도 소방당국은 상황 설명을 제대로 했고, 유족들의 참관 하에 현장 감식을 실시하고 난 후, 저 위의 기사와 같은 말이 나오게 된다. 세월호 유골 발견 발표 지연 사건도 그렇고, 이번 제천 화제 참사 사건에서도 그렇듯, 사건 발생 초기의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상식적인 판단과 대응이 나오는 것, 이런 현상에서 우리는 상식적인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전원 구조되었다' 했다가, 300명이 넘게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고,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저녁 5시 경에나 몽롱한 낮빛으로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었을텐데 구조가 그렇게 힘들었나?"라는 황당한 소리를 하질 않나,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을 감쌀 생각은 1도 없는 행태들을 보면서 촛불 시민들이 느꼈던 분노가 아직도 생생한 마당이니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예방을 잘 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게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단지 재난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상식적인 세상인지를 가름하는 척도임을, 제천 참사 이후의 대응이 다시 한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