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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 마르탱 모네스티에

thinknew 2016. 2. 25. 20:34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면서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행위이다. 이런 '자살'에 관해 마르탱 모네스티에가 수십년 동안의 자료 조사 끝에 현상으로서의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이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여서 자살에 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대신 동서고금을 통털어서 자살에 관한 기록을 조사하여 사례 별로 기록해 두었다.

무수한 자살에 관한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 세 문단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 모든 개별적인 죽음은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사회는 윤리규범을 정해놓고, 개개인의 행동을 이에 비추어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중들에게 자발적 죽음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용인될 있는 '사고'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 자살은 사회의 권위와 통제를 벗어나는 유일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살을 하게 수도 있지만 해서는 된다는 의견을 지지하는 윤리적 입장은 다음과 같다. "개인은 자신에게 부과된 사회적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게 되었지만, 태어난 순간 사회를 상대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편입되고 혜택을 입은 사람은 어쩔 없이 사회에 반환해야 빚을 지게 된다. 그러므로 자살하는 것은 자신의 의무를 벗어나려 하거나 피해가는 것이며, 해당 사회와 자신을 맺어주는 계약을 깨는 것이다."
     사회계약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회의 일차적인 의무는 살맛나는 세상을 제공하는 아닌가? 사회는 구성원들을 향한 의무를 지키고 있는가? 많은 구성원들에게 인간세계는 우연과 과오에 의해 지배되는 인정 없는 왕국이다. 만일 정의대로, 상호 이익에 기반한 사회계약이 존재한다면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삶을 강요하기보다는 정말로 필요한 삶을 제공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유와 자신을 되찾기 위한 최상의 표현 행위로 자신의 존재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선택을 사회가 무슨 권리로 빼앗을 있겠는가?"

저자의 저런 인식은 현재 자살율 OECD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자살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자들의 책무아닐까?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반쯤 읽은 것 같다. 서문에서 자살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힌 후 이어지는 내용은 모두 사례 별로 분류한 자살 이야기이다. 그러니 흥미롭기는 하지만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서 이다. 반쯤 읽은 것 중에도 흥미로운 내용도 많이 있다. 그리스 철학자 중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자살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남자와 여자가 자살하는 방법이 다르다'라든가 나폴레옹이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다시 투쟁에 나섰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심심풀이 삼아 읽어볼 수는 있겠다. 그래서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