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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일본의 반응으로 유추해보는 남북 합의의 의미

thinknew 2018. 3. 7. 10:42

http://www.ajunews.com/view/20180306163051581


대북 특사단이 파격적인 결과를 들고 돌아왔다. 그동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큰 걸림돌 역할을 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180도 전환시켰다. 겉으로 보면 이건 파격을 넘어 환상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이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한다.

당연한 결과여야 할 것이 파격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그동안 북한 문제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는 의미이고, 그건 일본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군사적 위협'이라고 떠들어 댄 집단들은 한국의 '자칭 보수'들과 일본의 극우 정치세력이었다. 초창기의 미국은 '핵 확산 방지의 침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미국도 북한의 핵이 '위협'이라는 식으로, 말도 안되는 논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항상 경제적 이익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봐 왔다.

아무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군사적 위협'이었다는 일본의 주장이 진짜였다면, 이번 대북 특사가 가져온 성과물, 즉 북한이 '핵 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라는 말에 환호를 해야 마땅하다. 자신들의 주장대로라면 커다란 안보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럱데 북한의 반응이 파격적으로 보이는 것 만큼이나 일본의 반응도 파격적으로 웃긴다. 그 기사를 먼저 보자.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06/0200000000AKR20180306187300073.HTML 


"일본 정부는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한국 특사단이 전날 회담에서 4월말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사실이 전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혹감'이란다. 거 참 희한하다. 자신들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댄 안보 위협이 사라진다는데 왜 '환호'가 아니고 '당혹'일까?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지 않은가. 한국의 '자칭 보수'들이 느끼는 감정하고 똑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수사가 결국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뻥이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한의 위협'이라는 말로 일본 극우들은 전쟁이 가능한 헌법으로의 개헌에 큰 동력을 얻어왔다. 그런데 그 기회가 지금 사라지게 생겼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내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 일본은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이라는 소재를 써먹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보다 핵무기를 수백배 더 많이 가지고 있고, 군사력에서도 압도적인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협'이라고 엄살을 부리고, 미국, 중국 다음으로 경제 강국인 일본이, 헌법상으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란 이름으로 이미 군사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그 일본이 '북한은 안보 위협'이라고 엄살을 부리는 이 황당한 상황은 왜 만들어졌을까?

그건 바로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두려워 한다는 것은 1970년대, 박정희 때부터 이미 드러난 문제였다. 그 이후 소련이 붕괴되고 되어 냉전 논리가 사라지자, 미국은 한반도의 방위를 여전히 미국이 담당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시작했다. 그래서 발을 조금씩 빼려는 미국을 굳이 붙잡아 둔게 바로 남한의 '자칭 보수'들이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참여 정부 때 '전작권 전환'을 똥별들이 데모까지 해 가며 막은 일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무기 구매에서 미국의 호갱을 자처한다. 미국으로서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니 '자칭 보수'들의 요구를 막을 이유가 없다. 일본은 한국의 '자칭 보수들'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독자적인 이유로 한국의 '자칭 보수들'과 미국의 엄살을 거들고 나섰다. 그런 일본에 대해서도 호갱을 자처했다는 것은 박근혜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제 북한의 반응이 왜 당연한 것이었는지를 정리해 보자. 북한은 혼자 만으로도 상대하기가 벅찬 남한에다 미국까지 뒤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벼랑끝 전술'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한이든 미국이든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북한은 그런 두려움을 많이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우호적인 분위기를 일거에 되돌려 버린 것이 이명박이었다. 그것도 '천한함 폭침'이라는 근거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혐의를 덮어씌우면서. 그러니 북한으로서는 '벼랑끝 전술'을 다시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벼랑끝 전술'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다 보니 상대가 미국으로 바뀌었고, 미국이 유엔을 등에 업고 대북 제재를 가해 오니 북한으로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노릇이어서 출구 전략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상대방은 남한일 수 밖에 없는데, 이명박과 박근혜는 북한을 이용해 먹으려고만 드니,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한다.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문대통령이 신뢰할 수만 있다면 출구 전략의 상대로 적임자임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대통령 취임 일년 여가 지난 지금, 북한이 그동안 계속 문제가 되었던 '비핵화 의지'와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된 한국과 미국의 의구심을 일거에 해소해 버리는, 거의 항복에 가까운 자세를 취했다는 것은 문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북 강경책으로 회귀에 의한 기회 비용이 너무나 컸다. 그 바보같은 기회 비용을 더 이상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찾아온 남북 화해의 분위기를 소중하게 살려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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