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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인공지능과 바둑 3

thinknew 2016. 3. 10. 20:18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2국에서도 승리했다. 오늘의 이세돌의 패배는 1국 때의 패배보다 더 충격적이다. 이세돌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졌다. 그래서 이세돌이 '왜 졌는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해설하던 사람도 이야기하다시피 이세돌이 '한판만 이겨도 성공이다'라고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승부야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니 인간이 기계에게 졌다라고 의기소침할 일은 아니지만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심각하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등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아직 선악 개념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동안 인간의 조력자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악 개념을 포함해서 도덕 관념은 인간이 집단을 구성하고, 그 집단이 점점 더 거대화되면서 도덕관념도 공진화한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자기들끼리 집단을 구성하여 그 속에서 생존경쟁을 하지 않는 한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간의 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물론 먼 미래에 인공지능들 끼리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공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이다. 당장 바둑이라는 스포츠는 맛이 갔다고 보면 된다. 절대 강자인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배제한 채 인간들끼리 겨루는 승부가 흥미로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떤 분야를 학습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이 결정할 것이지만 일단 무엇을 학습하기로 결정하면 그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당장 구글에서는 다음 도전 목표는 너무나 유명한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라고 밝혀 놓았다. 결국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은 예술 분야나 철저하게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서비스업 분야 정도일 것이다. 지금도 컴퓨터가 음악을 작곡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음악이 모두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컴퓨터가 음악을 작곡했다고는 하나 그 음악이 반드시 인기가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만큼 예술 분야는 확실이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이다.

어쨎든 인공지능의 대두 이후의 상황은 긍정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고 부정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고 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인간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신과 육체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이다. 심리학과 생리학에서 정신의 메카니즘을 규명하기 전까지는 정신이 육체와는 별개일 것이라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옳았다. 그래서 철학과 신학이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을 지배했다. 그런데 심리학과 대뇌 생리학에서 정신이 물질과는 별개인 어떤 것이 아니라는 많은 연구 결과들을 축적하여 이제 드디어 '정신의 신비를 풀렸다'라고 선언하고, 강한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그것을 분명하게 증명한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정신적인 무엇을 따로 추구하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300년도 더 전에 뉴턴이 행성의 운동 법칙을 정립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점성술을 믿는 사람들이 꽤 되고 그렇다고 사회가 망하지는 않았듯이, 유물론을 부정하고 여전히 정신적인 무엇을 추구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추구가 공허한 것임도 분명하다. 선택은 개개인이 하는 것이고, 그 선택이 당장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논의하는데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철학, 형이상학, 인문학(철학, 형이상학, 인문학도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