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의도치 않은 스타의 탄생, 노승일

thinknew 2016. 12. 23. 09:2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증인들의 모르쇠 전략을 깨부술 뾰족한 수가 없는 국정조사로서는 맹탕이라는 소리에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전혀 맹탕은 아니다. 어느 국회의원 말대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김기춘의 초지일관 모르쇠 전략에 강력한 한방을 날린 주갤의 제보도 있고, 본인이 의도치않았겠지만 일약 국정조사의 핵심 증인으로 떠오른 다음과 같은 경우도 있다. 기사를 보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72941&PAGE_CD=N0004&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1&CMPT_CD=E0018M

"검사가 최순실씨 목소리라도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통화하는) 제스처만 취하려고 전화를 걸어 녹음 버튼을 눌렀는데, (최씨) 본인이 술술 이야기하더라. 나는 '네, 네, 네' (대답만) 했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 녹음파일'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노 부장은 "(최 검사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고,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하자 최 검사는 조금 생각하다가 '대한민국 검사가 이런 큰 사건 맡고 옷 벗어도 명예 아닌가'라고 말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최순실이 독일에 있으면서도 검찰 조사에 대응하는 전략을 한국에 있는 관련자들에게 지시하는 녹취록을 따낸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은 단연코 이번 국정조사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우병우를 두고, 최순실을 몰랐다고 우기는 우병우가 사실은 최순실과 관련있다는 점을 까발려 버려 우병우를 벙찌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기사에서도 보면 알수 있지만, 최순실 녹취록을 따낸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세상사는 이렇게 여러 우연이 조합되어서 진행되는 법이다.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도 우연의 산물 아니던가. 그게 재수였던 아니든 그런 위치에 있을 때 우연이 겹쳐지면 지금처럼 의도치않은 스타가 탄생하는 법이다.

우연이 겹치면 스타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근무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가 그런 경우이다. 미국에서 자발적으로 한 인터뷰에서는 의무실과 의무동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자신이 관저와 가까운 의무동에 있었다고 하고선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의무동이 아닌 의무실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고는 그 이유를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누가 봐도 조여옥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여옥의 입장에서 보면 하필이면 그날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것이 큰 불행이었다.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상관의 지시에 따라야 했을 것이고, 주위의 협박이 아니더라도 이 엄중한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 실토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스타가 탄생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는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도치 않게 스타가 되는가 하면 역적이 되기도 한다. 스타가 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그다지 없겠지만 역적이 되는 사람들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이 대단히 클 것이다. 그대로 역적으로 소멸되느냐, 아니면 내부 고발자가 되느냐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역적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내부 고발자가 되면 괴롭겠지만 실은 역적으로 남는 것이 더 괴로울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