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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욕망의 진화 - 데이비드 버스

thinknew 2016. 5. 2. 19:00

남자와 여자 사이의 차이에 관해 많은 통념들이 존재한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거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남자들의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남자들은 긴 생머리, 하얀 피부, 금발, 가슴이 큰 여자, 허리가 가는 여자들에 끌린다."
"여자들은 젊은 남자보다는 중년의 남자들을 더 선호한다."
이 외에도 남녀의 차이에 대해 다양한 통념들이 존재한다.

데이비드 버스의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기초하여 여러 실증적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통념들이 상당 부분 인간의 진화적 적응의 결과로서 일리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녀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권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불손한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위의 통념들도 도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거부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성향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통념들이 근거없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자연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면 현재와 같은 거대한 물질 문명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인간의 마음의 영역은 과학적 접근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물론 그런 경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긴 한다. 저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진화심리학자, 인지심리학자, 행동심리학자 등이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남녀의 성차이를 진화론적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가치판단에 근거하여 현상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 책은 인간의 짝짖기 행위가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녀의 짝짖기 행위의 차이가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라는 연구 결과는 흔히 여권주의자들 또는 도덕주의에 경도된 과학자들의 반발을 산다. 그 중에서도, 남녀의 성차이와 관련하여 과학적 연구 결과가 가장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는 주제는 '강간'에 관한 것이다. 강간은 남자들에 의해 주로 저질러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남자들의 강간 성향이 진화적 적응의 결과일 수도 있다(확증되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이다. '강간'도 성행위의 일종(물론 폭력이기도 하다.)이어서 성행위의 진화론적 적응을 다룬다면 불가피하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주제이다. 그런데 '강간'이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이다'가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라는 결론조차도 앞서 언급한 여권주의자들이나 도덕주의자들에 의해 극렬하게 부정되어 버린다. 이 책의 저자도 언급했지만 그 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게 되어 합리적 대응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원천봉쇄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지적인 존재로 진화하면서 '도덕적 당위(인간은 선하고, 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를 받아들이도록 오랫동안 압력을 받은 결과, 생물학, 뇌 생리학, 심리학 분야들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결론, 즉 '진화는 방향성이 없다'라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물질문명은 엄청나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당위를 바탕으로 수천년동안 인간에 대해 숙고해 온 결과가 인간에 대해 그다지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제는 과학적 방법론이 밝혀낸 인간성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다른 층위의 이야기로서 위와 같이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는 알 수 없는 문제이다. 사실은 관념과 끝임없는 경쟁 관계에 있었다. 한번도 명료하게 입증된 적이 없는 종교가 오랫동안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 최선의 결과가 항상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칙 등을 고려해 보면, 문화도 유전자처럼 경로가 다른긴 하지만 진화한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과학적 사실들이 항상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들이 결국은 살아남을 확률이 현저히 크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