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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역시 추미애는 정치 9단

thinknew 2017. 7. 13. 17:43


정국이 재미있게 돌아간다. 자한당이야 처음부터 무한 땡깡질이었으니 정국의 변수가 아니었고, 바른정당도 자한당 쪽에 더 가까운 것들이어서 국민의당이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증거 조작 사건이 터지자 이것들도 자한당 쪽에 합류하여 국회를 공전시켰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돌파구가 열렸다. 진행 과정을 보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있다. 먼저 기사들을 순차적으로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814871 

"박 위원장은 "오늘 임종석 실장이 저와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왔다"며 "와서 하는 말이 '추경이 국민과 국가 경제에 절박하다, 반드시 7월 국회에 통과해달라'고 간곡한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 실장이) '국민의당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청와대가 추 대표의 발언 잘못을 사과하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공개로 전환된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은 임종석 실장의 '대리사과'를 받아들이고 추경 심사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http://v.media.daum.net/v/20170713161825163?rcmd=rn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명 '머리 자르기' 발언을 대리 사과한 것에 대해 수용, 추 대표의 발언 이후 선언한 '의사일정 전면 거부' 입장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http://v.media.daum.net/v/20170713163437753?rcmd=rn 

"청와대는 13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 사실상 사과하며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임 실장이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만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상황이 조성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개입할 털끝만큼의 의지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국민의당으로서는 추경 및 정부조직법 심사를 계속 반대할 수는 없는 입장임을 자신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증거 조작 건으로 이준서가 구속되자 못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제는 복귀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명분을 추미애 대표가 제공한다. 여기서 추대표의 정치력이 빛난다. 먼저 국민의당을 공격함으로써 국민의당의 반격의 방향을 추 대표 쪽으로 돌렸다. 그런 다음 청와대에서 추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국민의당에 유감 표명을 한번 해 주자 얼씨구나 하고는 추경 복귀를 선언한다. 물론 청와대가 추 대표 대신 사과했으니 그걸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추 대표 대신 사과한 적은 없다고 발표한다. 물론 그 발표는 국민의당을 비난하는 투가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드라이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게 왜 추 대표의 정치력인지를 생각해 보자. 국민의당이 계속 청와대를 물고 늘어졌으면 청와대는 그걸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달리 대응 방안이 없다. 그런데 추 대표가 중간에 끼어들자 국민의당은 추 대표에 반응할 수 밖에 없고, 이제 상황은 추 대표 대 국민의당이 되어 버린다. 그때 청와대가 '유감이다' 한마디 해 주는 것은 바로 추대표와 국민의당을 화해시키는 모양새를 성립시킨다. 그러니 국민의당으로서는 '추 대표는 괘심하지만 청와대를 봐서 국회에 복귀'라는 명분을 얻고, 청와대로서도 야당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듯한 상황이 연출되지도 않으니 서로 좋은 것이다. 이런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추미애 대표는 정치 9단이라 칭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주변에서 말리는 데도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강공을 펼친 데에는 이런 고려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 추미애 대표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