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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앨리스 -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thinknew 2017. 2. 3. 16:08


실제로 읽지는 않았지만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들어서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는 책들이 있다. 루이스 캐럴 원작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 중의 하나다. 여러 책에서 저자들이 이야기를 빌어 오는 경우가 흔한 데다 어린이 용 영화로도 가끔 보고 해서 읽지 않았으면서도 읽은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가 주석이 달린 책이 있다고 해서 한번 읽어 보기로 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지만 루이스 캐럴 원작의 책은 그것과 더불어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있다.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어린이 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는 두 책의 내용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토끼와 묽은 여왕에 관한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것이지만, 험프티 덤프티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심심찮게 '앨리스'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 주석이 달린 책을 읽어 보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과대평가된 이야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주석이 원작의 2~3배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주석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것이 대부분이고 과학자들이 언급할 때 주로 나오는 수학적인 내용은 아주 적은 데다, 그나마도 말장난 비슷한 것들이어서 주석의 필요성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주석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루이스 캐럴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수줍음이 많고 특이한 취미를 지닌 노총각으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교회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수학과 논리, 언어 등을 가지고 장난치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으며, 매 력적인 어린 소녀들의 다정한 친구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열정들이 마술처럼 뒤섞여서 두 권의 불멸의 판타지를 낳았으니, 그의 사랑스런 꼬마 친구이자 성공회 주교의 딸인 앨리스 리델을 위해 쓴 것이었다."
주석을 통해 보면 '앨리스'에는 말장난이 많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그 말장난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서 이야기의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석을 단 가드너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앨리스>에 나타난 은유의 마지막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어떠한 환상도 없이 이성적인 눈으로만 바라본 인생이란 멍청한 수학자가 떠들어 대는 황당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번역자도 번역 후기에서 이런 과대평가에 슬쩍 거든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지혜, 그리고 한없는 우수를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 그리고 과학자들까지 앨리스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그 이야기에서 뭔가를 느낀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에 대해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듯, 특정 작품에서의 느낌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내가 직접 읽어 본 소감은 조금은 기이한 이야기 책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