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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승자 독식 사회 - 로버트 프랭크 & 필립 쿡

thinknew 2017. 2. 19. 17:05


자연은 평등하지 않다. 이 점이 진보주의자들에게는 딜레마다. 그런데 자연을 넓게 보면 불평등한 것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정 시점에는 특정 종이 과도하게 번식하는 것 같다가도 결국은 균형점을 향해 간다. 자연이 균형과 불균형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은 자원이다. 생물종들에게 자원은 주로 먹이로 단순화된다. 그런데 인간에게 있어 자원은 먹이와 같은 물질적인 자원 뿐만 아니라 '부'라는 추상적인 자원도 관련된다. 아무튼 이 자원의 불평등이 진보주의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그런데 현대 시장경제에는 불평등의 심화라는 추상적인 현상 말고도, 소수의 개인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전례없는 현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위기 의식이 없을 수 없고, 그런 현상을 '승자독식시장'이라는 용어로 정리한 책이 바로 다음에 요약을 올릴 책이다.



저자는 승자독식시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시장들은 대부분 두 명 이상의 승자가 있치 때문에 '최고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균등하게 보상을 누리는 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승자독식시장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우리의 주된 주장 가운데 하나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승자독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최고를 향한 경쟁은 실제로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 첫째는 너무 많은 경쟁자들을 끌어들이고, 둘째는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한다."


승자독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 즉 부익부 빈익빈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현대에 들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님도 분명하다.
"승자와 패자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분명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약 100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엘프리드 마셜은 이런 말을 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중간 수준의 유화가 이렇게 싸게 팔렸던 적이 없고, 일류 화가의 그림이 이렇게 고가로 팔린 적이 없었다."
"대개 중요한 보상들은 절대소득이 아닌 상대소득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주변 사람들의 평균소득에 뒤지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경우는 일상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승자독식시장이 작동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열거한다. 대학 또는 학벌, 연예 및 스포츠 시장, 심지어는 정치에도 승자독식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인다.
"베스트 셀러 작가, 월드컵 챔피언, 하버드대 졸업생, 옥스포드대의 로즈 장학금 수상자, 대법관, 잡지 표지에 실린 여배우, 내각의 수상, 벤츠 공장을 최초로 유치한 주, 프랑스 오픈 챔피언 등등. 이들의 공통점 ...... 우선 그들은 한 분야에서 우수한 실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보상은 절대적인 능력보다는 상대적인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 승자독식시장을 다른 시장과 구별해 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 승자독식시장의 두번째 특징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 실력자들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미미한 차이가 엄청난 소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어서 승자독시장의 출현에는 공급 측면의 메카니즘도 있고, 수요 측면의 메카니즘도 존재하는데 수요 측면의 메카니즘 중에는 인간의 본성도 한 몫을 한다는 점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을 '원거리 통신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본다.


다음은 승자독식시장에 개입하는 여러 요인들에 대한 간략한 요약들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신을 평균 이하로 생각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생각하는, 손쉬운 해결책을 택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실패한 다수의 사람들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의 가능성에 대해 편향된 인식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단지 사적인 시장동기에 의해서만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공해 비용은 무시해버린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승자독식시장에서는 경쟁에 이기기 위해 시도되는 어떤 투자든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죄수의 딜레마는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이 집단 전체의 이익은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어떤 경쟁 관계든 마찬가지지만,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든 경쟁자들은 1 대 1의 관계든, 1 대 다수의 관계든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최종 생산물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개개인이 승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는 게 문제다."
"소비가 주는 만족은 상대적이다."
"사실 사람들 하나하나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선택이 합쳐져 처음에 열망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가 승자독식시장에 관해 우려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것이 불평등의 심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회평등의 원리가 결과의 평등으로 대체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승자독식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악을 완화해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승자독식시장을 만들 어낸 원리들이 점점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서는 새로운 것은 없다.
"한가지 치료책은 누진소득세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불평등을 줄이려면, 우선 평등이 가장 요구되는 영역부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즉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우수한 공립학교 등을 제안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다. 토빈은 여기에 기본적인 주택 및 식량 공급도 포함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통념에 따르면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우리의 역량을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세금을 부과하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생산적인 투자를 그만둘 수 있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우리가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과 관련하여 지니고 있는 믿음들은 승자독식시장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념이 부정확하다고 해서 버려야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모든 신념은 아주 어렵게 소멸되어가지만, 기존의 경제 및 사회 질서를 뒷받침해주었던 신념들은 더욱 오래 잔존한다. 그러나 한때는 제대로 작동했던 정책들이 점점 더 현재의 상황과는 들어 맞지 않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중립적이고, 간략한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린다.
"그러므로 승자독식 사회의 결점을 보완하는 정책들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효율성도 촉진한다. 이는 공짜 점심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꼭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승자독식시장이라는 현대에 그 의미가 더 커진 용어에 대해 광범위한 분석을 행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으나 그 해결책은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던 것들의 범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래서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