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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숨겨진 인격 -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thinknew 2017. 6. 5. 17:00

우리가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거의 반드시 '좋고 나쁨'이 결부되게 마련이다. 또 이 '좋고 나쁨'은 '선과 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도덕 감정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은 오류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도덕 철학에서 논의되어 오던 '선과 악'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뜻에서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격이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 의문에 '그렇다'라고 분명하게 답하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Out of Character(성격에 대하여)'이다. 성격의 5대 특성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던 대니얼 네틀의 책 '성격의 탄생'과는 달리 여기서는 성격의 '좋고 나쁨'이라는 평가가 오류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에서 부터 글을 시작한다.
"우리는 한 번의 선행만으로는 좀처럼 그사람의 인격이 좋다고 판단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폴 로진(Paul Rozin)의 연구에서 드러나듯,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흔히 하는 비유가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천사와 악마가 양쪽 귀에 속삭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비유가 틀렸음을 이야기한다.
"'천사 대 악마'라는 관점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 가지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결투를 벌이는 서로 다른 목소리는 좋고 나쁜 목소리가 아니다. 거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낮은 목소리에는 뿔도 없고 후광도 없다. 둘째, 어떤 목소리가 진실인지 결코 단정할 수 없다. …… 셋째, 내면에서 일어나는 대결은 대개 공정치 못하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과 장기 이익을 위해 단기 이익을 희생하는 성향의 견제와 균형을 제시한다.
"한 쪽에는 단기적으로 눈앞의 보상이나 즐거움을 중시하는 정신 체계, 즉 베짱이가 있다. 다른 쪽에는 장기적 상황에, 그러니까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 최선인가를 중시하는 정신 체계, 즉 개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베짱이는 늘 악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미의 정신 체계와 베짱이의 정신 체계는 모두 최선의 이익을 추구한다. 다만 시간대가 다를 뿐이다."
"흔히 사회자본이라고 말하는 장기적이고 안정된 관계는 사실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doppo)를 비롯해 여러 학자가 인간 행복의 기초 중 핵심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기 목표에만 치중하면 상부상조하는 안정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가 단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 충동을 자제해 주어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개미의 정신체계가 끼어든다. 미래에 보상을 얻으려면 지금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체계다."


저자들은 전통 철학에서의 논의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간다.
"역사적으로 '좋은' 인격은 합리적 사고, 그리고 자기통제와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스토아학파는 선이 자기 훈련에서, 즉 삶에서 감각적 쾌락의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그리고 거의 2,000년이 지나 칸트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칸트에게 선이란 모든 정신력을 통제하고, 자유의지를 '선택하는 힘'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했는데, 자유의지는 "끌림에 좌우되지 않는 이성으로 판단할 때, 현실에서 꼭 필요한 유일한 것, 즉 선한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행동방침이 최선인지 찾아내어 그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저 구절을 언급한 것은 전통 철학에서의 논의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학적 심리학에 의해 부정되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그렇다.
"논리적으로 아무리 멋진 이론이나 사고실험도 실제 상황에서 나온 자료에 비할 바 아니다."

이어서 '위선 대 도덕', '사랑과 욕정', '자부심과 오만', '연민과 잔인함', '안전 대 도박', '포용 대 편협'이라는 소제목으로 같은 성격 영역에 포함되지만 앞에서 말한 개미와 베짱이 중 어느 요인이 더 강하냐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것을 설명한다.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유리(위선)하지만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생각한다면 정직(도덕)해야 한다. 짝짓기에서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욕정)한다. 그러나 종의 생존에는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것 뿐만 아니라 자손을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자식을 키우는 데 헌신(사랑)하게 된다. 자부심에 관한 내용은 다음 구절이 잘 표현하고 있다.
"자부심에는 두 가지 주요 기능이 있다. 인내할 동기를 부여하는 기능과 나의 가치를 남에게 알리는 기능이다. 그 최종 결실인 높은 사회적 지위는 지금 당장, 그리고 미래에까지도 대단히 바람직한 결실이다. 문제는 그 지위를 얻기까지 단기적으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일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비슷하다고 느끼면 선호(연민)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어떤 이유에서든 다르면 경계(잔인)하는 성향이 있다. 또, 합리적 의사 결정 모델에 의하면 인간은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용의주도하게 계산해 결정(안전)을 내린다. 그러나 생생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눈 앞에 있으면 '위험'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포용과 편협'도 '연민과 잔인함'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주변의 존재들을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내집단은 당연히 '포용'의 대상이고, 외집단은 배척(편협) 대상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인격을 최적화한다고 해서 늘 '좋은'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늘 '나쁜'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아남길 바란다는 뜻도 아니다. ……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 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니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수학이나 건축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금비율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황금비율은 특별한 성질이 있는 비율로서 예술이나 건축의 여러 요소를 이 비율에 따라 구성하면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인간의 눈에 가장 만족스럽게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달리의 <최후의 성만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에서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근대 문명의 걸작 중 상당수에서 황금비율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황금비율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 비율이 무리수라는 건데, 다시 말하면 소수점 아래 숫자가 반복되지 않고 계속 바뀐다는 뜻이며, 똑 떨어지지 않는 숫자라는 뜻이다.
   인격을 최적화할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최적의 지점이 있지만, 그 지점은 황금비율처럼 항상 상황에 맞게 조정된다. 우리는 그 지점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새로운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정보에 따라, 그리고 우리 내면의 개미와 베짱이가 서로 선수를 치려고 수를 쓰면서 우리 행동을 자기 목표로 끌고감에 따라 완벽한 균형점도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 책에는 전통적인 도덕 철학에서 이야기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른 이야기가 단지 사변적 추론에 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을 거쳐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분석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