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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수평적 사고 - 에드워드 드 보노

thinknew 2016. 1. 26. 21:15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성공한 케이스들만 나열하고 그걸 분석의 형식으로 정리한, 허무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책들과는 다르다. 저자는 왜 수평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의식의 작동 메카니즘에서 찾는다.
"의식은 그것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패턴(pattern-사고, 행동, 글 따위의 유형이나 양식)을 만들어낸 후 그것을 파악하고, 반응하고, 사용한다. 그러한 패턴은 사용될수록 더욱 확고해진다."
"패턴을 사용하는 시스템은 정보를 다루는 매우 편리한 방식이다. 일단 패턴이 구축되면, 그것은 특정한 코드code를 만든다. 코드는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할 수 있는 분류번호 같은 것으로, 패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기억할 필요없이 패턴에 붙은 코드만 기억하고 있으면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의식은 패턴을 결합하거나 추가하기 쉬운 반면 패턴을 재구성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패턴이 주의(attention)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통찰력과 유머는 패턴을 재구성할 때 얻을 수 있다. 창의성 역시 마찬가지지만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수평적 사고는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고, 자극해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논리적이라고 말하는 의식의 과정을 수직적 사고라고 하고 그것의 보완 요소로서 수평적 사고를 강조한다.
"사고의 목적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이 고정관념이라는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패턴을 재구성하지 않는 한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패턴을 어떻게 정교하게 가다듬어 정확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가르쳐 줄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아이디어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지 못하는 한 정보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없다. 수직적 사고는 개념에 대한 패 턴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수평적 사고는 패턴을 재구성(통찰력)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데(창의성)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수직적 사고와 수평적 사고는 상호 보완적이다. 두 사고 모두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수평적 사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수평적 사고의 필요성은 의식이 작용하는 방식에서 대두된다. 의식이라고 불리는 정보 처리 시스템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 한계는 시스템의 장점과 구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 모두 시스템의 본질에서 직접 발생했기 때문이다. 손해없이 이익만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평적 사고는 장점을 누리면서도 이런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필요성의 강조와 더불어 수평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훈련 도구들을 책에 제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 훈련 도구들을 주로 교육자의 관점에서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독자들의 대부분 교육자의 입장이 아니라 교육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수평적 사고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더라도, 이 책은 주로 조직의 관리자들이 조직 구성원들로 부터 다양한 대안을 유도해 낼 때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도 수평적 사고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직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수평적 사고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평적 사고의 생산적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엉뚱해 보이거나 잘못되었다고 여겨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에는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이 브레인스토밍은 한 때 붐을 일으켰다가 지금은 그다지 효용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저자도 수평적 사고와 관련하여 브레인스토밍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그걸 강조하지는 않는다.
"브레인스토밍은 수평적 사고를 장려하는 형식화된 설정으로서 가치가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그룹 활동이기 때문에 서로 자극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브레인스토밍은 특별할 것이 없다."

의식의 작동 메카니즘에서 부터 출발하여 수평적 사고를 강조하긴 하지만 수평적 사고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 디자인이든 기계장치의 디자인이든 각종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의 초기 단계에 이 수평적 사고를 하고 있다. 나이가 어릴 수록 수평적 사고가 더 강하기도 하다. 그러니 디자인 분야로 나아가려하는 사람들이거나 코미디언들처럼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수평적 사고 훈련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관리자들이 이 수평적 사고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조직 구성원들이 수평적 사고를 훈련했다 하더라도 그걸 드러내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이 책은 수평적 사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주저된다. 읽기에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 가치는 있겠다.